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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과실은 위로, 불황의 고통은 아래로”

기사승인 2020.05.0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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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해고 쓰나미에 거리로 나온 비정규직들 “우리는 일하고 싶다”

   
▲ 정택용 사진가
초여름 수준의 더위가 찾아온 지난 1일 오후 서울지하철 시청역 10번 출구 대한항공 본사 앞. 머리에서 발끝까지 감싸는 방진복에 마스크는 물론 라텍스 장갑까지 낀 노동자들이 ‘해고’ 글자가 붙은 상자를 가둔 감옥을 밀며 앞으로 나갔다. 뒤를 따르는 200여명의 노동자들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들의 가슴에는 검은색 ‘근조’ 리본이 달렸다.

“뿌우~~”

“함께 살자! 정리해고 중단하라!”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사망한 38명의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부부젤라 소리와 해고 중단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서울 도심거리를 뒤덮었다.

거리로 나온 해고 1순위 비정규 노동자들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준비위원회가 130주년 노동절을 맞아 이날 오후 시청역 10번 출구, 시청광장, 종로타워 앞 세 곳에서 진행한 시위에는 노동자 600여명이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리적 거리 두기로 대규모 군중집회는 열리지 않았지만, 전례 없는 경기 한파에 해고 1순위로 내몰린 비정규 노동자들은 ‘악’소리라도 내지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김계월씨도 그런 비정규직 중 한 명이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부지부장인 김씨는 아시아나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다. 이달 10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회사는 4월1일부터 9월 말까지 유급휴직을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희망퇴직을 하거나 무급휴직에 동의하라’는 공지를 띄웠다”며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리해고 대상으로 선정해 5월10일 해고하겠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하청노동자들을 코로나19를 빙자해 거리로 내모는 게 정당하냐”며 “해고를 멈춰 달라.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대한항공 기내청소를 하는 이케이맨파워 노동자 배상철씨. 그가 지난 4월 한 달간 일한 날은 단 5일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무급으로 쉬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행기가 거의 뜨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이다. 5월 사정도 여의치 않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이나 무급휴직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배씨의 선택지에 권고사직은 들어 있지 않다. 그는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고령이어서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생계는 힘들지만, 나가 봐야 갈 데도 없기 때문에 무조건 버틸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참가자들이 “함께 살자”는 구호를 외칠 때마다 배씨는 속을 내보이듯 부부젤라를 힘껏 불었다.

코로나19에 의한 해고는 산업을 가리지 않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주 감소뿐 아니라 선주사들이 발주를 취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며 “4월에만 3개 업체가 폐업했고, 6월 안에 20개 업체 폐업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최대 5천명가량의 하청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으로 김 지회장은 내다봤다.

항공업 노동자에게 보낸 연대의 종이비행기

이날 시청역 10번 출구 앞에서 ‘모든 해고 금지’ 공동행동 사회를 본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3월 한 달에만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잘려 나간 노동자들이 20만명”이라며 “호황의 과실은 위로만 올라가고, 불황의 고통은 아래로만 내려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로서,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글을 올렸더라”며 “직장갑질119로 매일 무급휴직·권고사직·해고 상담건수가 100여건씩 들어오는데, 노동자가 우리 사회 주류가 됐다고 보는 대통령의 인식과 이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사회적 거리를 지켜라’ ‘집회를 금지한다’며 우리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지만 정말로 이 재난을 극복하길 원한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자원을 집중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청역·시청광장·종로타워 앞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해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인 비정규 노동자들은 <인터내셔널가>를 함께 부르며 “재난 이후의 세상은 달라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항공업 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뜻을 담아 형형색색의 종이비행기 수백 개를 날려 보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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