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

위중한 국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후폭풍, 특히 일자리에 미칠 타격은 이제 그 잔인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사태만큼이나 미증유의 사회적 재앙에 직면할 것임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 지역마다 위기의 형태를 달리할 것이기에 중앙정부의 대응책만으로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전북 전주에서 있었던 “해고 없는 도시”를 위한 상생선언은 그래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주시를 중심으로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 빠르게, 의미 있는 대안을 논의하면서 지역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위기극복을 위해 전주시를 중심으로 노동계·경제인단체·전문가·고용노동지청 등 다양한 지역의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다. 전주시는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짧은 기간이었지만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기 위해 시장과 시청 간부들이 직접 국책연구기관을 쫓아다녔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의 결과물이 전주시의 상생선언이다.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은 해고를 최소화해 지역 내 일자리를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지역 주체들의 의지 표명이자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출발점이다.

상생선언에는 해고 없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돕기 위해 특별지원금(500억원)을 조성해 0.1% 이자로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고용유지지원금의 사업주 부담분을 지원함으로써 지원금 신청에서의 사업주 부담을 덜어 주도록 했다. 고용유지지원금 활용에 있어서 홍보가 부족하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역 의견을 수렴해 보다 쉽게 당사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공인노무사를 비롯한 지역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지원단’을 운영한다. 사각지대에 있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위해 6개월간의 고용보험료와 연체금을 전주시가 지불하기로 한 정책 역시 눈에 띈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을 사회적 안전망 내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해고에 앞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연계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 지방세 일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현재 검토된 정책에는 한계도 있고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전주시 상생선언 이후 대통령은 전주모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전주시의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전주모델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지역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 모습,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 과정에 대한 평가가 중요했으리라. 전주시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다음 같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전주시 사례처럼 지역 주체들이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로 합의한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위기극복을 위한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를 촉발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전주 사례의 전국적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부금을 전제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100% 국민 지급정책에서, 그 기부금을 지역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가칭)지역상생기금을 지역 주체들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위기대응 정책)을 실현하는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이라고 했던가? 이번 위기 국면에서 사회적으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더 잘 담아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단체장에 의해 선물처럼 주어진 민주주의가 아닌 지역 내 여러 주체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민주주의가 전주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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