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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기사승인 2020.05.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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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20~30년이나 더 오래된 시간을 더듬어 TV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던 그들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기능’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몸소 보여준 자랑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8일 경북 경주 한 특성화고에서 기능대회 훈련을 하던 3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비보를 접하게 됐다. 직업계고에서 기능반을 운영한다는 것과 현재도 국제기능올림픽대회가 개최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 글을 통해 기억 속 자랑스러운 모습의 그들이 오늘날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를 짚어 보고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메달 경쟁대회가 돼 버린 기능대회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하는 기능대회는 전국기능대회와 지방기능대회로 구분된다. 종목은 7개 분과 50개 직종으로 구성된다. 매년 개최되는 지방대회 입상자(3위 내)는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을 받고, 전국대회 입상자는 평가경기를 거쳐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특히 전국대회에서는 시·도별 입상, 우수상 수상 결과에 따라 배출기관과 시·도별 종합순위 시상도 한다.

결국 지역사회의 숙련기술 개발과 우수한 숙련기술인을 발굴·표창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기능대회가 오히려 직업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의 기능훈련을 평가하고, 학교의 능력을 경쟁적으로 평가하는 대회로 돼 버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지방기능대회 전체 참가자 4천688명 중 4천425명(94%)이, 전국대회는 1천847명 중 1천387명(75%)이 직업계고 학생이다. 숙련기술인 양성과 발굴에 힘써야 할 기업의 역할을 오히려 직업계고와 교육청·교육부가 대신하는 현실이다.

기능대회와 직업계고 운영 문제

기능대회 입상을 위해 대부분 직업계고는 전 학년에 걸쳐 10명 이내의 소수정예로 구성된 ‘기능반’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재량에 따라 기능반이 있는 과의 경우 1년 예산의 절반을 기능반 운영으로 사용하거나, 기능반의 기능훈련 향상을 위해서 전담 외부강사를 두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기능반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다. 전교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능반을 운영하는 학교 소속 조합원 198명 중 81명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부만 참여한다”고 답한 조합원은 60명이었다. 기능반 학생 대부분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2018년 서울의 한 기능반 학생이 ‘학교 수업에 참가하고 싶다’는 국민청원을 했을까.

숨진 특성화고 학생의 유족과 지역 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몇 차례에 걸쳐서 기능반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고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매일 12시간이 넘는 가혹한 훈련 시간과 강도 높은 훈련 내용, 과도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도 문제였지만 소수정예로 구성된 기능반 내부 지도교사와 학생, 선후배 간 권력관계로 인한 괴롭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너무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기능반을 그만두게 됐다.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직업계고 기능반은 대회 출전자가 짊어질 책임이 너무 크다. 작업준비 과정과 뒷마무리를 주로 1~2학년에게 전가하며, 기능전수를 고학년 선배가 담당하면서 위계구조가 더욱 공고화됐다. 기능반 운영 과정상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학교와 교육청·교육부는 침묵 속에서 방관했다.

철저한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 필요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친’ 정부의 무능함과 시공사의 범죄가 만든 합작품이다. 이러한 참사가 또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

특성화고 학생 사망사건도 마찬가지다. 고인이 왜 사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망사고가 발생한 학교의 문제로 협소화하지 말고, 전반적인 직업계고 기능반의 운영실태 파악과 함께 지속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구조와 노동과정의 변화 시점에서 지금의 기능대회가 필요한지도 제대로 진단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숙견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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