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협의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박정석 지부장 원직복직투쟁 집회를 열고 있다. 임세웅 기자

“노조설립 일주일 전부터 배아무개 당시 사업운영실장과 신아무개 당시 시설관리팀장이 매일 찾아와 ‘대체 무엇을 원하냐’며 ‘원하는 것은 다 해 줄 테니 노조만 설립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노조를 만들고 난 후에는 서울 본사로 출근하게 해 놓고 ‘독방’에 가뒀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박정석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 지부장이 13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시설 청소와 경비사업을 주업무로 한다.

2015년 1월17일 노조설립총회를 하고 난 후 회사는 노조 지회장·부지회장·사무국장 세 명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19일 본사 대기명령이 나고 한 달간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가 있는 사무실에서 ‘노사상생을 위한 갈등해소 방안’ ‘효율적인 현장사업소 운영방안’ ‘현장사업소 근태 및 조직관리 운영방안’ 등에 대해 글을 쓰게 했다. 같은달 2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를 하고 난 다음날 그들은 ‘독방’을 벗어났다.

1천800만원 횡령과 성추행 조작

박 지부장은 지난해 2월 1천800만원 횡령혐의로 인천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우체국시설관리단 김아무개 당시 시설관리팀장과 국제우편물류센터 윤아무개 소장이 팰릿 1천800만원치를 횡령했다고 진정을 넣은 탓이다. 팰릿이란 지게차에 많은 짐을 실으려 밑을 받치는 평평한 플라스틱 구조물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장 노동자들은 애초 돈을 주고 폐기하기로 돼 있던 팰릿 중 재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따로 분류해 재활용업체에 넘겼다. 팰릿은 1개당 5만원을 받고 7번 재활용업체에 넘겼다. 그렇게 생긴 35만원을 노조 공금으로 활용했다. 그는 같은해 6월14일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약 3개월 뒤인 8월19일 해고된다. 성희롱·성추행을 했다는 혐의였다. 사측 조작에 가담했다고 양심선언을 한 김시태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국제우편물류센터지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열린 지부장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노동자가 텐트에 살짝 걸려 휘청 하다 지부장 무릎을 스친 사건을 강제로 무릎에 앉힌 것으로 사측이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를 봤다고 진술서를 썼던 손연희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국장은 “정년 때문에 해고되고 계약직 재고용을 앞둔 상태였기에, 사측 압박에 (진술서를) 쓰게 됐다”며 “나 혼자 살겠다고 거짓 음해한 뒤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어 지난해 12월 양심선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인천지검은 그해 12월16일 이 사건을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20일 이를 부당해고로 판결하고 사용자에 판정서를 받은 뒤로부터 30일 이내에 지부장 복직을 명령했다. 사측은 4월2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는 4월22일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사측을 항의방문하고 이사장과 면담을 했다. 사측은 같은달 29일 절충안을 내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공문으로 통보된 절충안은 행정소송을 끌고 갈 것이며, 지부장 원직복직은 시킬 수 없다는 원안 그대로였다. 

사측 “법리적 판단 필요해”

노조는 이를 개인 문제가 아니라 노조와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최준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노조간부들에게 사측의 노조탄압이 자행됐고 박정석 지부장은 조작에 의해 해고당했다”며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라고 했음에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건 노조를 없애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박정석 지부장 역시 “녹취파일을 통해 지부장 죽이기 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는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고 했다. 그는 “노조 지부장이 횡령, 성희롱·성추행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돌며 2019년 1년 동안 사측 상대로 투쟁을 할 동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성칠 우체국시설관리단 이사장은 횡령 사건에 대해 “재활용업체가 적극적으로 자료제공을 하지 않아 검찰이 증거 불충분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성폭력 논란과 관련해서는 “조사 결과 그런 여지가 있어서 해고했고, 지노위에서는 인정 받았다”며 “중노위가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피해자가 회사에 있는데 복직시키면 곤란해지는데다가 법리적 판단도 필요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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