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노총

공무원 노동계의 2020년 대정부 교섭과 공무원보수위원회 노정협상이 이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런데 교섭을 시작하기도 전에 공무원 노동계가 단단히 화가 났다. 지난해 진통 끝에 나온 공무원보수위 합의사항이 휴지 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핑계로 공무원 연가보상비 4천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기름을 끼얹었다.

민간에서는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안 지키면 처벌할 수 있지만 공무원은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돌이킬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17일 공노총과 공무원노조는 ‘기획재정부 갑질 규탄·공무원노동자 권리쟁취 공동투쟁 기자회견’을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연다고 밝혔다. 두 조직은 “오만방자한 태도로 노사 간의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기재부가 슈퍼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규탄했다. 공무원 노동계가 기재부의 ‘슈퍼 갑질’을 문제 삼는 배경은 무엇일까.

노사 동수 공무원보수위 만들고 합의했지만…
국회 통과 급식비 반토막, 직급보조비 인상 없던 일로


공무원 노사는 지난해 11년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됐던 교섭을 지난해 들어서야 마무리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원 임금 결정 방식을 대폭 개편했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 따르면 조합원 보수는 단체교섭 사항이다. 하지만 교섭에서 공무원 보수를 결정한 사례는 없다. 이전까지 공무원보수민간심의위원회에서 임금인상률을 결정했다. 최대 21명 위원으로 구성한 민간심의위에서 노동자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은 3명뿐이었다. 민간심의위는 애초 김대중 정부 당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는데 이명박 정부가 2011년부터 민간이 공무원보수의 적절성을 심의하는 기구로 활용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기구가 공무원보수위다. 지난해 체결한 공무원 단체교섭의 최대 성과였다. 공무원보수위는 노와 사, 민간전문가가 5명씩 동수로 구성했다. 2019년 7월 첫 합의가 이뤄졌다. 올해 공무원 보수를 2.8~3.3% 구간에서 인상하는 대신 정액급식비 2만원을 인상하고 6급 이하 공무원 직급보조비를 3만원 높이기로 했다. 가장 논란이 컸던 초과근로수당은 실무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기재부가 공무원보수위 결정을 뒤집었다. 올해 예산안에 직급보조비 인상은 아예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를 통과해 집행만 남겨 놓았던 정액급식비 2만원 인상은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불용처리했다가 논란이 되자 절반인 1만원 인상안만 집행했다. 여기에 기재부가 당사자인 공무원들에게 일언반구 없이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해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사용했다.

공무원 노동계 “기재부, 공무원보수위 들어오라”

문제는 사용자인 정부가 노사합의를 어겨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노조법 92조(벌칙)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임금·복리후생비·퇴직금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 공무원노조법은 노조법 92조를 적용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를 대체할 만한 조항도 없다. 공무원 노동계는 기재부가 공무원보수위에 참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영관 공노총 사무총장은 “단체교섭에서 중요한 사항은 필수적으로 예산을 수반하는데 기재부가 교섭에 들어오지 않으면 교섭은 하나 마나 한 꼴이 된다”며 “특히 보수와 수당 문제를 논의하는 공무원보수위에 정부 예산을 다루는 기재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성 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는 사용자에게 벌금을 물리고 제재를 가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사용자가 노사합의를 지키려 하겠냐”며 “올해 정부교섭에서는 이런 부분이 재발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28일 열릴 예정인 첫 예비교섭을 시작으로 올해 공무원-정부 단체교섭이 본격화한다. 공무원보수위도 6월 첫째 주부터 사전모임을 갖고 셋째 주 상견례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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