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사회보험 적용 대상이 ‘월 20일 이상 근로자’였을 때는 계약을 월 19일로 끊어서 맺는 일이 많았는데요. 보험 적용 대상이 ‘월 8일 이상 근로자’로 바뀐 뒤로는 계약을 월 7일로 끊어서 맺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사회보험 가입을 회피하려고 그러는 거죠.”

18일 경북지역 건설노동자 정아무개씨 증언이다. 정부가 2018년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했지만, 건설업계에서 사회보험 가입을 피하기 위한 사업주 꼼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노동자 사회보험 가입기준 완화했더니 ‘꼼수’

정부는 2018년 8월부터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기준을 월 20일 이상 근로에서 월 8일 이상 근로로 완화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 장벽을 낮춰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건강보험 직장가입 기준도 월 20일 이상에서 월 8일 이상으로 확대했다. 그전까지 건설 일용직 노동자는 한 달에 8일 이상 일할 경우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건강보험 직장가입 대상이 되는 다른 일용직 노동자와 달리, 한 달에 20일 이상 일해야 가입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가 사업장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노동자 본인이 연금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가 국민연금 가입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 돼 왔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6월 기준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21.6%, 건강보험 22.5%, 고용보험 71.7%, 산재보험 99.4%였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고용보험은 하루만 일해도 가입하게 돼 있고, 산재보험은 원청이 통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시 정부의 사회보험 관련 정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자등록증 여럿 가진 한 업체, 노동자 7일 단위로 돌려쓰기”

문제는 정부가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기준을 월 8일 이상으로 확대한 뒤 7일 이하 단위로 계약을 맺는 단기노동자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건설산업노조 관계자는 “사회보험 가입을 피하려 사업주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서울시가 조사한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월 7일 이하 계약을 맺고 일하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 비율은 2017년 47%에서 지난해 7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씨는 “사회보험 가입기준 완화 뒤 관리·감독이 덜 되는 중소현장 위주로 월 7일 이하 근로계약 꼼수가 많이 발생했다”며 “시행 초기라 심했던 것 같고 올해 들어서는 정책이 조금씩 정착이 돼 가는지 그런 일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부 현장과 업체에선 그런 편법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주들은 사업자등록증 여러 개를 가지고 한 노동자의 소속 업체를 월 7일 이하 단위로 바꾸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정씨는 “계약상으로 월 7일 이하로 일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한 업체에서 월 8일 이상을 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체들은 가입 기준이 월 20일 이상이었을 때는 계약일수를 월 19일 이하로 끊는 꼼수를 사용했다”며 “가령 실제로는 월 25일을 일했는데도 월 19일만 일했다고 계약하는 식인데, 이때는 하루 일당을 높여서 총 월 25일분으로 맞추는 방식이 사용됐다”고 귀띔했다.

육길수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가입 대상을 8일 이상으로 확대하려고 논의했을 당시에는 설마 근로일수를 7일 이하로 하겠냐는 생각이 있었는데 7일 단위 계약이 진짜 나왔다”며 “정부나 노동자 모두 사용자의 이익추구나 법 회피 의지를 간과한 것 같아 안타깝다. 다시 한번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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