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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돌봄 0순위] 코로나19 재난 온몸으로 맞는 여성노동자들

기사승인 2020.05.1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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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단체들 “성평등 노동·돌봄 민주주의 실현해야”

   
▲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주최로 1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참가자가 얼굴을 가린 검은 천을 벗어던지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인하대 청소노동자인 박명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임금과 노동시간이 반토막 났다. 학교에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업체는 4월부터 8월말까지 5개월간 여성노동자들 간 일을 나눠 하라고 했다. 하지만 학교 시설물을 이용하는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있어 청소할 곳과 업무량은 그대로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어 노동강도는 두 배 높아진 반면 임금은 반이나 줄었다는 게 박씨 설명이다. 그는 “임금삭감에 노동강도 강화, 해고불안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며 “여성 가장으로 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프리랜서 노동자 김지현씨는 지난 3월부터 조카 돌봄에 호출됐다. 맞벌이하는 오빠 부부가 코로나19로 어린이집이 휴원하자 조카를 오롯이 부모님댁에 맡기면서다. 하루 종일 아이돌봄이 계속되면서 가족 간 불화가 생겼고, 화살은 맞벌이하는 새언니에게 향했다고 한다.

김씨는 “오빠가 새언니에게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고생한다’고 짜증을 내고, 새언니가 퇴사 고민까지 하는 걸 봤다”며 “왜 여성의 노동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왜 돌봄 책임은 온통 여성에게만 집중돼야 하냐”고 반문했다.

여성의 위기가 된 코로나19

코로나19 재난이 여성노동자들을 덮치고 있다. 1순위로 일터에서 쫓겨나면서, 돌봄노동에서는 0순위로 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은 언제든 가정으로 돌아가 가사와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과 여성노동을 저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위기에 내몰리는 여성노동자들이 차고 넘친다.

코로나19 위기 속 더욱 극명해지고 있는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적 돌봄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여성 임시일용직,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전국여성노조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노동이 저평가되고 있는 사회에서 재난 속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이자, 돌봄노동을 떠안아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VIP라운지에서 일했던 파견노동자 이정원씨도 코로나19 여파로 1순위로 해고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두 명의 인건비를 감축하라”는 원청 롯데GRS의 지시가 내려온 뒤 이씨는 인원감축을 피하고자 동료들과 무급휴가를 쓰며 버텼다. 하지만 돌아온 건 카카오톡 단체체팅방을 통한 해고통보였다. 이씨는 “함께 살아 내기 위해 무급휴가로 버틴 여성노동자들에게 원청은 해고로 응답했다”며 “저 같은 간접고용 여성노동자들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은 “재난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난한 자와 여성을 공격한다”며 “정부가 일자리 대책을 마련했지만 진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정책과 관점은 없다”고 비판했다.

증명서 위주 정부 대책에서 소외되는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

실제 정부가 내놓은 각종 일자리 대책에서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가사서비스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김재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장은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대출이나 실업급여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정부가 특수고용직, 프리랜서들에게 3개월간 50만원씩 지급한다고 했지만, 가사노동자들이 복잡한 증명서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증명서 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사각지대 여성노동자를 위한 긴급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여성의 취약성은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며, 코로나19 위기는 여성노동과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는 차별받고 있는 여성노동자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재정비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확대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여성노조와 여성노동자회는 이날부터 4주간 ‘코로나19로 인한 여성의 노동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 ‘코로나19 관련 여성노동자 상담창구’도 운영한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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