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노사민정이 지난달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한 지 한 달이다. 기업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기업 부담금 절반 지원, 기업 대출시 이자차액 일부 지원, 고용유지를 위한 교육·훈련 지원, 고용유지 기업에 대한 지방세 유예가 핵심내용이다. 해고 없는 도시에 동참하겠다는 기업은 늘어나고 있고, 노동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언이 나온 지 한 달이 되도록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시행되지 않고 있어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최초의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이 성공하고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해고 없는 도시, 노동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
최한식 한국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

▲ 최한식 한국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고 없는 도시 전주 상 생협약으로 인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람을 자르지 않고 연차를 사용한다. 고용안정에 좋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전주시에서도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노동자들도 인식이 바뀌었다. 연차를 쓰면 급여가 아무래도 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것마저 안 하면 실업자가 된다는 고민을 했다. 노사 협의로 인원을 안 줄이는 대신 연차 사용해서 고용유지를 하자, 어려울 때 상생을 해 나가자고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전주시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과 기금 500억원을 모았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했다. 노동자들도 참여해서 1인당 5천원씩 거출해서 기금에 넣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토의만 한 상태다. 그렇게 1천억원이 되면 중소기업에게 연 0~1% 저리로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어려울 때 전주시와 노사가 자금을 확보해서 어려운 기업에게 저렴한 이율로 대출을 해 준다는 뜻이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는 단비 역할을 할 것이다.

상생협약에 참여하는 기업 간 도움을 주고받는다. 정보 교환을 많이 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전주시가 지속적으로 상생협약을 이행해 나중에 결과를 내놓았으면 좋겠다. 대출을 해서 소상공인이 이전보다 활성화했다든지, 그런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눈앞에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른다.

어차피 전주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동계와 연대해서 나가야만 활성화가 된다. 노동자들이 체감하도록 같이 가야 해고 없는 도시가 된다.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야 사업이 지속 가능해진다. 노동계도 참여하고 협조해야 한다.

중앙정부 추가지원, 상생기금 조성 적극 검토해야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과)

▲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과)


전주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옥마을 건물주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운동을 시작했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촉발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1일에는 고용 유관기관·기업·지역 노조·전문가 등과 함께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했다. 물론 해고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역의 여러 주체들이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최대한 해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지역 내 새로운 가치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측면에서 그 선언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해고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선언이 전주시의 일방적인 정책이 아닌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 과정을 거쳐 시작되고 추진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20일까지 지역 내 440개 기업이 해고 없는 도시 선언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기업들에게는 △고용유지 경영안전 자금 이차보전 △중소기업육성자금 상환도래 기업 이차보전 연장지원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주 분담분 지원 △고용·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 보험료 및 연체료 지원 △고용유지 교육·훈련 참여기업에 교육·훈련수당 지원 △취득세·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지방세 유예를 지원해 고용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원정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 보다 신속하게 지원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전주시의 노력도 요구된다. 전주시 사례처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선언한 지역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책도 필요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역 내 노동자·기업·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상생기금을 마련해 사회적 대화 결과를 현실화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전주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어렵게 마련된 사회적 대화의 틀을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논의 틀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엄청난 위기의식이 다양한 사회 주체들을 사회적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이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중앙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위기를 겪는 현장·지역에서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지자체 지원만으로는 어려워, 사각지대 없애야
유기만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

▲ 유기만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


전주시가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한 지 한 달이 됐지만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 참여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고용유지를 위한 신청인지 확인해야 한다.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와 지표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에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업인데, 이를 통해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고용유지를 얼마나 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고용보험료 지원을 포함해 5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지금은 기업들에게 제도를 알리는 단계다.

해고 없는 도시를 지방자치단체 혼자 시행하기에는 버거운 측면이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뒷받침돼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해고 없는 도시 선언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중앙정부 대책을 확인하고 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주시를 계속 만나면서 협의를 하고 있다. 전주시는 노동계가 요청한 것이 수용됐는지 점검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노총도 조만간 지지선언을 할 계획이다.

선언이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잘 정리된 실태가 별로 없다.

고용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피해 정도 같은 것을 자세히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노총이 할 일은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잘 적용되고 도움이 되는지 살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책을 제안하고,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이 실효성을 갖도록 점검할 계획이다.

이제는 중앙정부 역할 필요, 3차 추경에 지원예산 반영을
민왕기 노사발전재단 전북사무소장

▲ 민왕기 노사발전재단 전북사무소장


해고 없는 도시를 만들자는 전주시 노사민정의 선언은 사람과 기업을 보호하자는 것이 핵심이지만 아주 단순한 논리체계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소비위축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 국면에서 기업이 생존을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운영 자금인데 이를 자치단체에서 보증해 최대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 주자는 얘기다. 대신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지 말고 총고용(파견을 비롯한 비정규직 포함)을 유지하고 노동자들은 줄어드는 임금을 감내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경기 회복 국면에 빠르게 살아날 수 있고, 당장의 고통도 서로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단순하고도 인간적인, 지극히 상식적인 기업보호 정책이 선언으로 만들어지는 밑바탕엔 지역 주체들의 위기의식과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적극성이 있었다. 해고 없는 상생선언을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상생선언에 참여하는 기업에 한해서 무이자에 가까운 고용유지 경영안정 자금을 지원한다. 전주시가 지역금융권과 협력해 500억원을 조성한다. 둘째, 고용유지 지원정책의 신속한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전문가 및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현장지원단을 구성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사용자 부담분을 전주시가 지원해 기업 참여를 유도한다. 셋째,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에 대한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안전망을 확충한다. 넷째, 고용유지와 교육·훈련을 연계해 노동자의 숙련 및 신기술 습득을 지원한다. 다섯째, 공공요금 감면 등을 통해 기업의 고정비용 절감을 지원한다.

이 계획들은 추가적인 논의와 실행계획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다. 하루가 급한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이 더디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로 인해 불만과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전주시 노사민정이 급하게 선언을 추진한 것은 지금 상황이 모든 것을 갖춰서 진행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상황인식 때문이었다. 실행하면서 보강하고 보충할 것을 전제로 해고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했다. 그 결과 기업들의 참여가 줄을 이어 20일 기준으로 440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때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위기는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발발하기에 중앙정부 대응 못지않게 지역의 역할이 크다. 당장 고용정책을 지역으로 이관할 수는 없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3차 추가경정예산에 지역을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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