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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청노동자의 삶과 죽음

기사승인 2020.05.2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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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언젠가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청년 하청노동자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끼여 죽었다. 유품으로 남은 컵라면을 들고 사람들이 울었다. 또 언젠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청년 하청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말려 죽었다. 사람들이 컵라면을 쌓아 두고 엉엉 울었다. 왜 자꾸 죽는지를 길에서 물었다. 돈 때문이었다고, 누구나가 아는 답이 짧았다.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만드는 일이 다만 하염없이 길었다. 그러니 건물 올리고 배 짓는 현장에서 날아든 부고가 오늘 또 새롭다. 불에 타고, 떨어지고, 질식했다는 사인만이 여느 때처럼 익숙한 것이었다. 사철 가리지 않고 흰 국화가 팔린다. 향내 배인 노동조합 조끼에 근조 리본이 마스크처럼 익숙하다.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느냐고 길에 선 사람들이 묻는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밥 한 끼 먹겠다고 나선 일인데, 집에 돌아오질 못해 그 저녁 밥상엔 생쌀이 오른다. 향 연기가 오른다. 더는 명복을 빌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새로운 국회에 촉구했다. 50주기에 이른 어떤 죽음 옆자리에서 오늘의 죽음을 꼽아 말하느라 말이 길어진다. 잇따른 죽음을 기록한 2020년의 노동백서가 나날이 두껍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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