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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동자 이야기-추락하는 노동] 하루아침에 쫓겨난 재가요양보호사 정부지원 비껴갔다

기사승인 2020.05.2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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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 네 달째 못 냈다”는 노동자 “고용보험 사각지대 개선하라”

   
▲ 정기훈 기자

여기 두 명의 노동자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자 혹은 수혜자로 보이는 이 둘은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서로 극적으로 닮았다. 스스로 자신의 노동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을 보호해 줄 안전망은 엷은데 해고는 가깝다.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아는 이들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까.<편집자>

두 명의 노인을 돌보던 재가요양보호사 윤미경(59)씨는 2월 이후 일손을 놓고 있다. 실업은 언제나 그랬듯 갑자기 찾아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자 한 명은 이사를 가서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지나칠 정도로 업무 외의 집안일을 요구했다. 미경씨는 고추 20근을 직접 손질하고 햇볕에 말리고 거둬 고춧가루를 만들어야 했다. 미경씨가 노인요양센터에 문제를 제기한 사실을 전해 들은 수급 대상자의 보호자는 “더이상 나오지 마라”고 통보했다. 미경씨와 1년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은 노인요양센터는 보호자의 무리한 요구를 알고도 방조했다. 새로운 수급자를 찾으려 고군분투했지만 미경씨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가정에 찾아오는 재가요양보호사가 기피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미경씨처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재가요양보호사는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실업은 다른 직종 노동자 실업과 달리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지역 노인요양센터와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는 노동자라 특수고용직보다 나은 직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대책은 물론 노동법과 제도는 재가요양보호사에게 무용지물이었다. 휴업급여는 물론 고용유지지원금도 받을 수 없었다. 적지 않은 재가요양보호사는 상시해고에 지칠 대로 지쳐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 스스로 감내하는 것을 택했다. 재가요양보호사를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노동뉴스>가 재가요양보호사 이야기를 듣기 위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앞에서 미경씨를 만났다.

“100만원 남짓한 월급에 고용은 상시 불안”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할 때는 힘들었어도 월급은 ‘따박따박’ 나왔어요. 그런데 재가(요양보호사)는 자꾸 해고를 하니까. 대기수당은커녕 유급휴가도 없어요.”

한때 자영업자였다던 미경씨는 2015년 요양보호사 세계에 들어섰다. 첫 직장은 서울에 있는 한 요양원. 요양보호사들 사이에서 노동강도가 세기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미경씨는 혼자서 8명의 노인을 돌봤다. 입사 3개월 뒤부터는 12명을 책임졌다. 야간수당을 포함해 월 185만원을 받았다. 더 많은 노인을 돌보는 대가로 당시로선 비교적 높은 임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한 지 1년2개월 만에 사달이 났다. 허리 디스크에 걸린 것이다. 미경씨는 수술을 받은 뒤 1년 넘게 일을 쉬어야 했다.

“시설요양보호사로 일하면 힘을 많이 써야 해요. 침대에 누워 계시는 어르신들을 수시로 휠체어로 옮겨야 하니까요. 요양원에서 음악프로그램을 한다거나, 보호자가 면회를 오면 대상자를 침대에 눕혔다 휠체어에 올리는 일을 반복해요. 그것만 있나요. 산책을 가고 싶다면 또 한 번, 오염된 침대보 정리하느라고 또 한 번. 12명을 혼자 돌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2017년 미경씨는 비교적 짧은 시간을 일하는 재가요양보호사로 눈길을 돌렸다. 요양시설에서 일하던 때보다 완력을 쓰는 상황은 적었지만,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그를 따라다녔다.

재가요양보호사는 통상 주 5일 하루 세 시간씩 일한다. 수급자의 장기요양보험 등급에 따라 정부 지원금 비율과 지원 요양시간이 달라진다. 미경씨는 3~4등급 수급자를 맡았다. 정부가 지원하는 하루 최대 요양시간은 세 시간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일정하지 않았다. 수급자의 보호자 요구에 따라 미경씨 출근날은 달라졌다. 한 달 동안 적게는 18일, 많게는 23일 일했다. 지난해 12월 2명의 수급자를 돌봤을 때 그가 손에 쥔 돈은 각각 56만790원과 60만9천580원으로, 12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다행히 초단시간 근로는 아니었다.

“두 집 해서 돈은 100만원 남짓 벌었는데 그것도 들쑥날쑥하고, 제일 큰 문제는 보호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수시로 우리를 해고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빨라도 같은 센터에서 다른 수급자를 구하려면 두세 달 기다려야 하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일자리를 잃으면 내가 일하는 센터 말고도 다른 20여개 센터에 일을 구하고 있다고 연락을 해요. 그럼 기다리는 시간이 5일 정도로 확 줄죠. 지금은 코로나19로 이마저도 안 되지만요.”

“방문요양 노동자 2명 중 1명은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불안, 저임금·단시간 노동은 미경씨만이 아니라 모든 재가요양보호사가 동일하게 경험한다. 보건복지부의 ‘2019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문요양·방문목욕·방문간호·주야간 보호·단기보호 등 방문서비스 제공 종사자의 근무시간은 월 60시간 미만이 44.4%였다. 월평균 근무시간은 방문요양(76시간)·방문목욕(57.7시간)·방문간호(90.4시간)였다.

전지현 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보건복지부가 수가를 산정할 때 (요양보호사) 인건비에 연차수당과 주휴수당, 사회보험료를 모두 포함해 주는데 일부 재가요양센터는 이를 악용해 월 59.9시간만 일을 하도록 하기도 한다”며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기타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활용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부터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박선화씨는 “2시간 혹은 2시간30분씩 쪼개기 근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두 집에서 일해도 각각 소개해 준 노인요양센터가 달라 4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미경씨는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두 센터와 각각 1년 단위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수급자를 소개받아 일했는데 한 집에서 1년 넘게 일한 것이다. 그는 최근 노조의 도움으로 실업급여를 받았다. 미경씨는 “센터는 처음에는 실업급여를 처리해 줄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다”며 “노조 도움을 받아 실업급여 아니면 휴업급여를 달라고 계속 요구했더니 한 달 만에 상실신고서를 써 줬다”고 말했다.

80만원이 조금 넘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보니 미경씨의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매달 보험료로만 50만원이 나가요. 실업급여로는 생활이 안 되죠. 지금 월세는 네 달, 가스비는 세 달째 밀린 상태예요. 적은 돈이지만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담보로 일부 대출을 받아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고 있어요.”

“재가요양보호사에게 그림의 떡인 고용유지지원금”

노조에 따르면 2019년 9월 말 기준 현재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40만6천여명으로 이 중 시설종사자가 6만8천명(17%), 재가종사자가 33만8천명(83%)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재가요양보호사가 대책은 없다시피 하다. 재가요양보호사가 적용받을 수 있는 정부 대책은 고용유지지원금 정도다. 문제는 요양센터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면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데다가 사업주가 휴업수당 지급액 중 10%를 부담해야 한다. 노조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노인요양센터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지현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재가요양보호사의 안전과 생계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것은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탓”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장기요양기관의 운영 주체 중 98%는 민간이다.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윤추구를 우선하는 민간기관이 운영하다 보니 돌봄노동자들이 불안정 노동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노조는 “국가가 보장책임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장기요양기관 운영 주체를 사회복지법인,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사단법인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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