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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벌고 자유로운 프리랜서? “특수고용직과 차이 없어”

기사승인 2020.05.2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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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가 만든 차별과 배제 … “특수고용 대책과 함께 논의해야”

   
▲ 지난해 3월20일 문화연대가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에서 ‘플랫폼 테크놀로지 문화산업 노동 집담회’를 열었다. 강예슬 기자
새 시대는 새 산업을 만들어 낸다. 웹(Web)으로 대부분 업무를 수행하고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대에 웹툰과 웹소설은 새로운 콘텐츠산업으로 떠올랐다. 장르 소설과 만화책을 보던 사람들은 이들 콘텐츠를 웹에서 소비하기 시작했다. 웹툰과 웹소설은 급성장하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200억원대였던 웹소설 시장규모는 2018년 4천300억원 대로 커졌다. KT 경제연구소는 올해 웹툰 시장규모가 1조원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0년 1천억원 규모에서 10년 만에 10배 성장했다.

새 산업은 새 노동형태를 만든다. 웹툰과 웹소설 노동자들은 웹을 통해 일감을 받고 웹을 통해 일감을 넘긴다. 한 공간에 구속되지 않고,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맡은 프로젝트만 수행하면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 웹콘텐츠 창작노동자들은 공간·시간적으로 자유롭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웹소설·웹툰 작가들을 ‘프리랜서’라 부른다. 하지만 웹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들은 정말 자유로울까.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1일 웹툰 작가 ㄱ씨와 웹소설작가 ㄴ씨를 서면 인터뷰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밝혀질 경우 일감이 끊어진다”며 철저한 익명을 요청했다.

멀리서 보면 프리랜서, 가까이서 보면 플랫폼 노동자

웹툰 작가 ㄱ씨는 출·퇴시간도, 작업장소도 따로 없이 알아서 일한다. 그가 스스로 정한 노동시간은 10시간이다. 오전 9시에 기상해 스트레칭을 하고 블로그에 올린 작업물에 대한 반응부터 확인한다. 컴퓨터 앞으로 출근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작업한다. 한 시간 식사하고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일한다.

8년차 웹소설 작가 ㄴ씨는 웹소설을 쓰는 데에 하루 6시간만 투자한다. 알아서 10~12시간을 일하다 2년 전 허리디스크가 터진 탓이다. 그는 벌이를 위해 ‘투잡러’가 됐다. 오전 6시에 기상해 오전 8시에 아르바이트하러 간다. 정오까지 일한 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책상 앞에서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일한다. 그는 “오후 7시 이후에는 글 작업을 하지 않는다”며 “저녁 먹고 집안일을 하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자유로워 보인다. 그러나 노동시간만 놓고 보면 일에 얽매여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8년에 발표한 ‘만화·웹툰 작가실태 기초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의 하루 평균 창작 활동 시간은 평균 10.8시간이다. 20.5%는 하루 평균 14시간 넘게 일한다. 주중 평균 창작 일은 5.7일이다. 창작 활동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는 얘기다.

그들은 일뿐만 아니라 네이버·다음·레진코믹스같은 플랫폼에도 매여 있다. ㄱ씨는 “현재 7 대 3인 플랫폼 결제수익 배분에 대해 얘기하려 했으나 사측은 비율을 조정할 수 없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일어날 때부터 오후 6시까지 모든 메신저와 메일 알람을 켜 둔다. 계약을 맺은 플랫폼 담당자나 다른 플랫폼에서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나 마감 때면 ‘알아서’ 오전 3시까지 일한다. 이런 경우 하루 작업시간은 15시간이다.

플랫폼에서 일방적 계약해지를 당하기도 한다. ㄴ씨는 3개월간 웹소설을 연재하다가 갑작스럽게 연재 중지 통보를 받았다. 6개월 넘게 준비한 원고였다. ㄴ씨에 따르면 당시 계약서에는 “완결을 보장해 준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래 “회사 사정상 연재중단을 통보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다. 사측은 알릴 수 없는 회사 사정 때문에 연재가 중단됐다고 했다. ㄴ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숨을 못 쉰다”고 했다.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차이는 이미지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의 차이는 ‘이미지’뿐이다.

디지털콘텐츠창작자는 방송을 통해 전문직 고소득자 이미지를 가졌다. 김풍 작가는 2017년 6월1일자 JTBC ‘잡스’ 방송에서 “요즘 신입 웹툰 작가들 수입은 대기업 초봉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명 웹툰 작가 기안84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고소득 전문직 이미지에 일조했다. 서울시가 2017년에 발표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월 평균 수입은 198만원이다.

특수고용직은 프리랜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대표적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퀵서비스 기사·골프장 캐디·레미콘운전 기사 대부분이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발표하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영역에 있는 자로서,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일한 만큼 소득(수수료, 수당 등)을 얻고 노무제공의 방법이나 노무제공 시간 등은 본인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황준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1년 전인 2009년 ‘사업고용협동조합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계약 형태를 통해 계약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직접 정한 바에 따라 근로가 수행되는 경우를 특수고용직이라 한다”며 “프리랜서에 대한 법적 정의는 특수고용직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조·협동조합 포함 결사체 보장해야”

코로나19를 계기로 특수고용직·프리랜서와 자영업자를 포함해 모든 국민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수고용직처럼 프리랜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결사체 구성도 주요 과제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한국자치학회에서 발간한 ‘월간 공공정책’에서 “프리랜서가 보호받으려면 스스로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연구위원은 “업종별 프리랜서 협동조합이 생겨나 일감을 연결하고 사업을 대행한다면 개별 프리랜서는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고, 기업에 대해 적절한 협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건전한 노동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프리랜서들의 경제조직으로서 협동조합의 발전 가능성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1만2천349개의 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이 중 프리랜서 협동조합은 약 2천840개다.

물론 노동 3권이 보장된다면 프리랜서 처우개선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미 판례를 통해 대리운전기사·택배기사·자동차 대리점 판매원·배달대행 노동자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다.

김희경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은 “협동조합도 의미가 있겠지만, 사용자들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감안하면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임세웅 imsw@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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