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다7647 판결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서 근무한 노동자들이다. 원고들은 노사합의로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라 월 소정근로시간·기본시급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계산한 임금 및 이와 별도로 ‘CCTV수당’을 지급받아 왔다.

이 사건 CCTV수당은 버스 운행 중 CCTV를 설치하고 운행하는 것을 이유로 지급된 임금항목이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CCTV수당으로 2011년 2월1일부터 2012년 1월3일까지는 근무 1일당 1만원의 현금을, CCTV 철거 후 재설치를 완료할 때까지 기간인 2012년 1월4일부터 같은달 18일까지 기간에는 음료구입 목적으로 1일당 5천원의 현금을, 같은달 19일 이후부터는 구내매점에서 사용 가능한 물품구매권을 1일당 1만원 상당 지급했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CCTV수당 역시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포함해 연장·야간근로수당 같은 각종 수당을 재산정하고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월 16일의 만근일수를 넘는 근로일은 휴일에 해당하므로, 위 휴일에 근로한 부분에 대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CCTV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특히 2012년 1월19일 이후 구내매점의 물품구매권이라는 현물로 지급된 경우에도 실비변상 혹은 근로자 후생복지 차원의 조처가 아닌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② 노사합의한 내용과 달리 피고가 CCTV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각 수당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③ 월 16일의 만근일수를 초과하는 근로일에 대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재판부 모두 피고가 노사합의와 달리 각 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판단했다. 만근일수를 초과하는 근로일에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지에 대한 쟁점은 상고이유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CCTV수당이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쟁점으로 한정해 서술하고자 한다.

2. 1심 및 원심 판결 요지

가. 1심 판결 : 대전지법 논산지원 2014. 11. 19. 선고 2013가합997 판결

1심 판결은 CCTV수당은 실제 근무성적과는 상관없이 근무일수에 따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돼 온 고정적인 임금이라 할 것이고,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됐다고 해서 이를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봤다.

나. 항소심 판결: 대전고등법원 2016. 1. 14. 선고 2014나4734 판결

항소심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현금으로 지급된 CCTV수당은 피고 소속 운전기사의 통상적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근로 1일당 미리 정해진 금원을 지급한 것이고, 비록 버스요금 유출사고 발생시 반납 대상이 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별적인 변상책임의 범위를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CCTV 수당의 일률성과 고정성을 부인하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고가 2012년 1월19일 이후부터는 현금이 아닌 1만원 상당의 물품구입권을 교부하면서 이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지 않았고, 운전기사에게 구내매점에서 담배·음료 등 한정된 품목으로 버스운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근로자의 후생복지나 근로제공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한 조처로서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판시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이 이 사건 CCTV수당은 운전직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관련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소정근로의 대가이고,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근무일에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이 사건 CCTV수당을 받는 것이 확정돼 있었다고 봤다. 또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비록 그것이 실비변상 명목으로 지급됐고 피고가 발행한 물품구입권으로 교부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상판결은 원심 판단에는 임금 및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봐, 해당 부분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4.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은 근로제공 대가로서 지급되며,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이익은 금품의 지급 방식과는 무관하게 모두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기본적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실제로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임금 외에도 지류상품권부터 카드포인트·기타 현물 등 다양한 방식과 명목으로 금품이 지급돼 오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상품권·모바일페이·카드포인트 같은 다양한 결제방식이 현실화돼 있다. 금전적 이익을 사용할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특정 카드회사 포인트든, 물품구매권이든, 현금이든 실제 사용에 별다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지급방식 차이로 인해 근로제공의 대가로 지급된 금품의 임금성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원심판결은 이 사건 CCTV수당이 구내매점에서 판매하는 담배·장갑·음료처럼 한정된 품목을 구매할 수 있는 물품구매권으로 지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근로자의 후생복지 등을 위한 조처로서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① 실제 경비로 사용됐는지와는 무관하게 원고는 자신이 지급받은 물품구매권을 구내매점에서 자유롭게 처분·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를 실비변상조로 지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② 생활보장적 임금과 교환적 임금을 구분하는 임금이분설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명시적으로 폐지됐음에도,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금원이 명목상 근로자 복지 차원으로 지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임금성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금품을 지급하면서 사용 목적을 한정하거나, 형식적으로 지급 명목을 실비변상 또는 근로자 후생복지를 위한 것으로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해 일정한 금품을 지급했던 것이라면 해당 금품의 임금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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