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법률 언어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정리해 보자. 현행법은 처벌받아야 하는 실제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나 도급사가 책임을 피해 가기 때문에 ‘응보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형량이 낮아 다른 기업들도 법을 우습게 알게 되는데, 즉 형벌의 범죄억지력(위하력)이 떨어져서 ‘일반 예방적 기능’을 하지 못한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 같은 기업이 여러 차례 선정되는 것을 보면, 재범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예방적 기능’도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피해자단체의 뜻을 담아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의안번호 2006761) 취지를 다시 보자.

이 법안의 특징은 산업재해 사건 처벌 대상을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처벌되는 행위도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유사하다. 그 법인 또는 기관이 소유·운영·관리하는 사업장 종사자나 그 밖의 “사람이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 위해를 입지 않도록 방지할 의무 위반”으로 넓게 잡고 있다. 단순히 행정법규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정리하면 경영책임자가 노동자·소비자를 포함해 사업과 관련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포괄적인 의무를 지고, 그 의무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그런데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끌어 내려면’에서도 지적했듯이,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노회찬 의원안도 결국엔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구체적인 행위’에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죽음’을 단서로 두고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범죄사실에 관한 ‘고의성’을 놓고 논란이 일게 된다. 과실범을 처벌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결과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의무위반과 죽음의 인과관계’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표이사’에게 이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하기에 앞서 29명의 경상자, 300명의 잠재적 부상자가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하인리히 법칙). 또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더라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에서 예방조치를 승인해야만 작업이 재개된다.

즉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비롯한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자들이 선임돼 있는지와 무관하게, 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을 똑바로 관리하지 못한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다. 기업 등이 ‘위험’을 창출해 돈을 벌고 있으므로 그 위험을 똑바로 관리하지 못해 사람이 사망하는 비극적 결과가 발생하면 ‘위험을 관리하지 못한 행위’를 포착해 내서 처벌하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배를 똑바로 운전하지 못하고 참사 당시에도 승객대피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배를 버리고 도망친 이준석 선장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받았다. 하지만 세월호의 부실한 고박·평형수에 무관심했으며, 선장에 대한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을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리상 곤란한 지점이 있다.

결국 경영책임자와 기업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정당성의 근거는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총체적인 붕괴로 안전고리가 모두 풀리면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이라는 결과다. 정말로 처벌받아야 할 사람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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