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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도 못 바꾼 일상

기사승인 2020.05.2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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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지난 24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에 한 식당 야외테이블에서 부인과 담소를 나누다가 경찰에 들켰다. 우리 같으면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에 미담 기사가 쏟아졌을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밤 11시까지 제한한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을 어겨 문제가 됐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세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대통령 부부가 시민들도 자주 찾는 시내 식당에서 저녁 외식을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특권 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같으면 경호원들의 요란한 움직임에 금세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렸을 텐데, 그 나라에선 근처를 순찰하던 경찰이 다가올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식당과 카페에 일괄 영업금지령을 내리는 것도 놀랍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14일까지 모든 식당과 카페에 영업금지령을 내렸다. 오스트리아는 15일 금지령을 해제하면서도 밤 11시까지로 영업을 제한했다. 우리 정부와 방역당국은 연일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영업금지령 같은 건 내리지 않는 모순덩어리 정책을 펴고 있다. 강남 술집이나 이태원발 확진자가 생기면 그때서야 해당 업종을 폐쇄한다. 사후약방문이다.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고, 식당 주인이 벌금형을 받으면 모두 내겠다고 밝힌 것도 특이하다. 우리 같으면 사과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그걸 꼬투리로 야당은 한 건 잡았다며 대통령 사퇴로 몰고 갈 텐데. 아무튼 문화가 많이 다르다.

코로나19 여파가 전 세계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102년 역사를 지닌 렌터카 업체 ‘허츠’가 파산 신청에 들어갔고, 두 달 만에 다시 문을 연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공장에선 노동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조선일보가 26일자 사회면 머리기사로 쓴 ‘배달 알바 몰린 코로나 실직자 … 오토바이 사망 13% 급증’이란 기사도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우울한 우리 노동시장을 보여줬다. 올 1~4월까지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1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1명보다 13%나 늘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배달 단가가 크게 줄면서 배달원들끼리 콜수를 더 많이 채우려는 과속 경쟁이 붙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불 능력이 충분해진 업체들이 배달기사에게 단가를 올려 줘도 될 만한 상황이지만, 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수많은 노동자가 배달기사로 몰려서다. 부자는 더 부자로,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하게 만드는 수요·공급곡선이다. 이런 자본주의를 계속 방치하는 건 영장류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왜 배달기사 사고는 교통사고로만 집계될까. 따지고 보면 모두 일하다가 생긴 산재인데.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은폐된 산업재해 통계로도 1년에 2천명이 죽는다. 정부는 수십 년째 산재 줄이기 운동만 주야장천 해 왔다. 고용노동부가 진짜 노동자의 목숨을 소중이 여긴다면, 국가 전체 노동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산재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은폐된 산재 찾기 운동을 해야 한다. 엉터리 통계를 놓고 줄었다고 자위할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 산재 사망사고만 5건이 일어나 살인기업이란 비판을 받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사업을 총괄했던 부사장을 내려앉히고 삼호중공업 사장을 조선사업대표에 앉히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게 사람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걸로 보는 현대중공업 오너의 생각이 너무 안일하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이정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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