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수출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특별연장근로(인가연장근로) 확대를 추진한다.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사유를 대폭 확대하면서 과로사로 인정될 정도의 장시간 노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 둔 규제의 빗장을 풀 가능성이 커졌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돌발상황과 업무량 폭증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허가 일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년 내 최대 90일을 넘을 수 없게 돼 있는데 그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후속조치로 올해 1월 특별연장근로 사유를 확대했다. 자연재해와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위한 경우에만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던 것에서 △인명보호 △돌발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네 가지 인가요건을 추가했다. 당시 노동계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노동부는 장관 지침인 ‘특별연장근로 인가제 업무처리 설명자료’에서 돌발상황과 업무량 폭증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최대 인가 시간·기간은 주당 12시간(총 64시간), 1회 4주, 최장 90일로 제한하고 있다. 1회 4주로 제한한 것은 과로사와 관련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뇌심혈관계질환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노동시간이 64시간을 초과하면 과로로 인정한다.

올해 1월 시행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고용노동관서의 장이 근로시간 연장 인가 또는 승인을 하는 경우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기간은 특별한 사정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으로 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사용기간을 90일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이 같은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조치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며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급증했다. 1일 기준으로 1천142개 업체가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았다. 방역용품·마스크 제조업체와 외국 공장 가동중단으로 국내 생산이 증가한 업체를 중심으로 특별연장근로 신청이 급증했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조만간 사용기간 한도인 90일이 도래하게 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업체들이 특별연장근로 사용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며 “특별연장근로 사용 현황을 점검하고 연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사용기간을 현행 90일에서 더 늘리는 방안, 상반기 사용일수를 사용기간(90일)에 포함하지 않는 방안 등 두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한시적 조치로 할 계획이다.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려는 점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을 위한 선도형 경제기반을 구축하겠다”며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감대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강훈중 한국노총 미디어홍보본부장은 “코로나19 후속조치와 직무급제 도입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는 갈등의 불씨가 될 임금체계 개편 시도를 중단하고 코로나19로 심화한 고용위기 해법을 찾는 노사정 대화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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