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서 4년 전 대책을 재탕해 비판받고 있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1일 발표한 안전관리 종합대책은 2016년에 대책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실천하기 위해 고강도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했다”면서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1일 발표했다. 핵심내용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혁신 자문위원단’ 확대 △위험요소 발견 시 작업 중지할 수 있는 ‘안전개선 요구권’ 부여 △안전조직 개편과 시설투자 확대다. 이를 위해 3년간 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4월에도 “연이은 중대재해를 근절하고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안전 관련 예산을 5년간 2천500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혁신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안전조직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무늬만 안전대책”이라며 “중대재해 근본 원인이 된 다단계 하청구조는 전혀 해결하지 않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잇따라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 모두 안전규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칙이 있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얘기다.

현장 노동자에게 안전개선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는 “노동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미 법으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그룹이 제시한 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급박한 위험에 대한 노사 간 판단 차이를 근거로 회사는 노동자에게 징계를 포함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고용이 불안하고 노조 조직률도 낮은 하청노동자의 경우 작업중지권을 위험할 때 사용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강태선 세명대 교수(보건안전공학)는 “반복된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면밀히 분석한 뒤 나온 대책인지 의문”이라며 “재해 원인으로 다단계 하청구조가 지목되는 만큼 재하도급 중지 정도는 나왔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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