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에스원노조
8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 섰다. 세간의 이목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린 시각,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는 투쟁조끼를 입은 40여명의 노동자가 모였다. 삼성의 보안업체 에스원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이날 ‘파업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에 들어갔다. 에스원 설립 43년 만에 출동차가 멈춰 서는 일이 일어났다.

에스원 노사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7개월간 임금협상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핵심 쟁점은 이륜차 위험수당이다. 에스원 보안노동자들은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에서는 신속하게 출동하기 위해 이륜차를 이용한다. 에스원이 소유한 이륜차만 540여대다.

연승종 삼성에스원노조 부위원장은 “이륜차를 운전하면 자동차보다 피로도도 높고 사고 위험도 크기 때문에 위험수당 지급이 오랜 소망이었다”며 “지난해 임금협상에서도 논란을 지속하다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논의하기로 노조가 양보했는데 회사가 돌연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이런 합의 취지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올해 직무수당을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2만원 인상한 점과 영업실적 부진,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부대비용 증가를 이유로 올해 수당신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에스원측은 “경영여건에 맞춰 향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에스원 경영사정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에스원은 올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며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천336억7천700만원, 영업이익 479억2천5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8.8%, 영업이익은 4.1% 성장했다.

노조는 “1년 미만 신규직원 퇴사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현장 직원들은 올해 신규인력이 배치되지 않아 노동강도가 더 높아졌는데 임원 자리는 하나 더 늘고 연봉도 8~9%씩 증가한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이륜차 위험수당 신설이 어렵다는 회사 주장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재용 부회장이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현장에서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며 “회사가 이륜차 위험수당 지급 등 6개 요구안을 수용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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