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가 1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회사 경영악화로 지난 3월부터 임금을 못 받고 있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커지고 있다. 일부 노동자는 근로계약서상 겸업금지 조항 때문에 소득이 잡히지 않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결혼을 미룬 채 결혼자금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1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타항공 노동자 28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14일 실시한 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스타항공 노동자 76.4%가 임금체불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 주요 요인으로는 생활비가 80.3%, 대출이자가 10.7%를 차지했다. 3월부터 임금이 체불되면서 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며, 불어나는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31.4%는 적금을 해지해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차와 집에 있는 물건도 팔아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거나, 결혼을 미루고 결혼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사례도 있었다.

항공사 업무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겸업금지 조항 때문에 4대 보험 같은 기록이 남지 않는 일용직만 찾아다니는 노동자도 있었다. 응답자들은 주관식 답변에서 “불법 체류자들처럼 몰래몰래 (아르바이트)하는 게 너무 힘들다”거나 “알바를 하려고 해도 회사가 언제 (사업을) 재개할지 모르고 공지도 없어 새로운 일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배 노조 부위원장은 “생활상 주요 문제를 묻는 주관식 답변을 종합해 보면 노동자들이 스트레스는 기본이고,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임금체불 해소를 사측에 촉구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셧다운(운항중지)한 상태다. 노동자들은 2월에 임금의 40%를 받았고 3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사측을 상대로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했고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사측에 이달 9일까지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스타항공은 지급시한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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