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이마트 노동자가 최소 600억원으로 추정되는 미지급 휴일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이마트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해 노동자가 휴일근무를 할 경우 대체휴일을 줬다. 가산수당 50%를 지급하지 않기 위함이다. 근로기준법 55조2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한 경우 유급휴일을 근로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가산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회사와 이같은 서면합의를 한 근로자대표 선출 과정이다. 이마트는 노사협의회 운영규정 14조(전사 근로자 대표의 지위)를 통해 노사협의회 전 사원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가지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지부장 전수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는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 전체 근로자 과반 이상의 의사를 모아 선출된 자여야 한다”며 “전체 근로자가 아닌 전국 점포 150개에 소속된 근로자대표 150명의 투표로 선출된 이는 근기법상 근로자대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마트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이마트지부를 포함해 교섭대표노조인 이마트민주노조와 전국이마트노조 등 세 개 노조가 있다. 이 중 과반수노조는 없다.

이마트지부 “체불임금 600억원”

지부가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부에 따르면 이마트가 전 사원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은 두 단계를 거친다. 전국 150개 이마트 점포에서 직원들은 각각 5명의 근로자위원을 선출하고 이들 중 대표 한 명을 정한다. 그렇게 선출된 점포별 근로자대표 150명은 또다시 전 사원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일종의 간선제다.

지부는 이런 선출방식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5년 7월1일 행정해석을 들었다. 노동부는 “근로자대표 선정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정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전체 근로자에게 대표권 행사내용을 주지시킨 상태에서 근로자 과반수의 의사를 모으는 방법으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시간제도에 대한 대표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전체 근로자 과반수 의사를 대표하는 자로 선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자대표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회사는 매년 전 사원 근로자대표와 ‘유급휴가·휴일 대체사용 합의서’를 작성해 왔다. 해당 합의서에는 대체 사용하고자 하는 휴가·휴일을 근기법 60조 연차 유급휴가와 취업규칙에 의한 유급휴일로 규정하고, 이를 소정근로일로 대체하게 했다.

“가산수당 50% 미지급”

노조는 근로자대표제도를 악용해 회사가 휴일근로수당을 미지급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봤다. 회사가 근로자대표와 휴일근로를 대체휴일로 갈음하면서 50%의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마트 직영사원 2만6천여명의 일급을 8만원으로 가정할 때 회사는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하루 10억4천만원[2만6천명×4만원(일일 통상수당의 50%)]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노조는 최근 3년간 회사가 휴일근무, 주말(토·일)과 공휴일이 겹칠 때 근무, 근로자의 날 가산수당 50%를 주지 않은 것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각각 7명씩 표본을 뽑아 계산해 본 결과 정규직은 250만~300만원, 비정규직은 150만~200만원의 휴일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 노조는 이 액수를 근거로 전체 이마트 노동자 2만6천명의 체불임금이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부는 지난 14일부터 30일까지 체불임금 소송인단을 모아 7월 중 체불임금 소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6월 말에는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 위반으로 회사측을 노동부에 제소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적법하게 선정된 근로자대표인 노사협의회 전 사원 대표와 임금을 비롯한 복리후생 증진과 관련된 여러 사항을 협의해 오고 있다”며 “노동부도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없을 경우 노사협의회 위원을 근로자대표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근로자대표제도 없느니만 못해”

지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 한 명의 합의만으로 전체 사원들의 임금·근로조건을 합법적으로 후퇴시킬 수 있다”며 근로자대표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시 사전 협의 주체” “유연근로제 서면 합의 주체” “연차·유급휴가일의 대체 서면합의 주체”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설치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규정 작성·변경 동의 주체”로도 활동한다.

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때도 직접·기밀·무기명 원칙을 법률이 정하고 있는데 근기법상 근로자대표 선출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설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를 선출해 놓고 직원들에게 동의한다는 연서명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근로자대표의 권한이 생기고 난 뒤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노동조건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됐다”며 “차라리 근로자대표가 없는 것이 노동자 의사를 대표하기에 훨씬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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