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관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가 2015년 11월 발표한 성명서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2014년에는 중대재해 사망자 중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를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재벌 대기업이다. 위험을 끊임없이 외주화하고, 연속적인 사고 발생에도 안전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는 재벌 대기업은 산재은폐를 일상화하고, 대행기관이 작성해 준 서류로 각종 안전인증을 받고 있다. 수천수만 명이 일하는 현장에도 안전관리자 선임은 2명 이상이면 되고, 선임을 하지 않아도 300만~400만원의 벌금이면 끝난다. 더욱이 경총·전경련은 하청의 안전관리를 포함한 화학사고 발생 관련 처벌(화학물질관리법)을 솜방망이로 둔갑시키는 등 안전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그리고 2018년 2월23일, 구의역 비정규 청년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구성된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시와 합의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이 사건이 업무의 외주화, 소통의 부재로 인한 참사였음을 밝혔으나 이에 대해 사법부는 무죄 판결을 내렸고, 같은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하청 청년노동자가 비참하게 명을 달리했다. 이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은 수십 년 만에 전부개정됐지만, 태안 화력발전소뿐 아니라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조선소·제철소 등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의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았다.

광주청년유니온은 지난달 2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그 사망자는 2016년 혼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철에 치여 죽었고, 2017년 콜센터에서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 때문에 죽었고, 2018년 생수를 만드는 공장의 기계에 깔려 죽었고, 2019년 혼자서 화력발전소를 점검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죽었고, 그리고 바로 올해 5월22일 광주 하남공단의 영세 목재 가공업 사업장 파쇄기계에 빨려들어가 죽었다. 정부는 왜 이 수많은 죽음 앞에서 강력한 사회대책을 시행하지 않는가. 정부는 왜 매일 죽어 가는 노동자들에 대해 정례브리핑을 진행하지 않는가. 정부는 왜 엄청난 속도로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이 전염병에 대해서 어떠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으며, 죽음을 방치한 기업들을 처벌하지 않는가”라며 21대 국회 1호 법안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돼야 함을 밝혔다.

콜센터에서 일했던 현장실습생,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과자공장에서 일하게 된 여성노동자, 직업계고 기능반 대회 참여 학생…. 문제의 근본이 해결되지 않았으니 청소년·청년 노동자들의 참사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을 고의로 죽이는 것만이 살인죄가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경제구조의 한 축을 이루는 노동자의 안전한 일터를 소홀히 하는 자본가는 이 사회의 잠재적 범죄자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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