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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는 왜 노조하기 어려울까

기사승인 2020.06.2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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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명 미만 소규모 시설의 비율 57% 근기법에서도 배제

   
▲ 공공운수노조 정릉종합사회복지관지회

“더 이상 사회복지사들에게 ‘너희는 이타적인 직업이니 받아들여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15년차 사회복지사인 홍봉기씨는 이달 초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협회가 사회복지사 노동권리 증진에 나서 달라”며 이런 글을 썼다. 그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정릉종합사회복지관지회장이다. 지회는 최근 복지관을 운영하는 한기장복지재단에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인은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기자회견 뒤 홍 지회장은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서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 “노조활동을 하다 이직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전화였다. 그는 “클라이언트(시설 이용자)를 위해 일해야 하는 사회복지사가 무슨 노동조합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업 특성상 헌신하고 인내해야 하는 사회복지사가 갈등을 조장하고 분란을 일으키면 되겠냐는 압박이 있다는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장시간 노동에 종교강요까지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는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권익옹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행동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돌봄노동을 하고 복지법인에 고용된 노동자지만, 클라이언트 권익옹호만을 강조하는 업계에서 사회복지사는 가슴앓이를 한다.

신현석 사회복지지부 조직국장은 “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과 관련해 노조에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24시간 시설에 거주하는 이용자를 돌보기 때문에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임금에서 야간근로수당 책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경기도 중증장애인시설에서 일하던 한 사회복지사는 33개월간 1천600여만원의 연장근로수당을 체불당했다가 지부의 도움을 받아 노동청에 진정해 밀린 임금을 받았다.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한 사회복지시설 직장내 괴롭힘 온라인 토론회에서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마련됐지만 대부분 시설이 5명 미만 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서울시 사회복지시설을 조사한 결과 5명 미만 소규모 시설의 비율이 57%였다. 절반 이상 시설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지부와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사회복지사 173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내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했는지 여부를 물었더니 77.6%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종교기반의 복지법인의 경우 종교강요와 후원금 강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같은 조사에서 “종교활동에 참석하지 않을 때 불이익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50%가 “그렇다”고 했다.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한다”는 증언도 있었다.

블랙리스트 공유?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기관장이 ‘복지관은 클라이언트가 우선이라 지역 주민을 두고 파업할 수도 없다’거나 ‘노조를 하면 이직이 어렵다’는 말을 조합원 앞에서 했다”고 말했다. 노조에 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는 “사회복지시설 역사가 종교 활동과 시혜 관점에서 시작돼 아직도 희생과 헌신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도 많다”고 전했다.

복수의 조합원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관장들의 단체 채팅방에서 내부고발자 정보를 공유한다”고 증언했다. 평판이 채용과 승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다 보니 노조결성이라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홍봉기 지회장도 “기업은 노조와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하지만 비영리복지법인이 노조활동을 꺼리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며 업계 분위기를 요약했다.

사회복지사들이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기 어려운 데에는 구조적인 원인도 있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사회복지사법) 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사 처우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 돼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복지시설 대부분이 민간위탁된 것도 노동자의 노동권을 제약한다. 노조를 설립해도 실제 권한을 가진 지자체와 교섭하기 어려워서다. 2018년 기준 지자체가 설치·운영한 사회복지 시설은 5천900여개인데, 민간위탁 시설은 83.7%를 차지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내놓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 현황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수탁자 선정 등 민간위탁 과정 불투명 △위탁기관 장기화에 따른 시설 사유화로 인해 민간위탁의 문제가 이용자의 불편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신현석 조직국장은 “복지시설이 민간위탁된 탓에 실질적 사용자인 지자체와 노동자가 교섭할 권한이 제한된다”며 “복지의 책임은 국가와 지자체가 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서울시 의뢰로 지난해 호서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에서도 민간위탁을 사회복지시설의 직장내 괴롭힘 배경 중 하나로 지적한다. 조직 내 갈등이 발생하면 재위탁과 재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불안정성이 직장내 괴롭힘을 용인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협회 조정 역할 못해”

사회복지사들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사회복지사와 기관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협회는 사회복지사 최대 직능단체로 지자체와 논의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관장·법인 관계자도 가입돼 있어서 조정이 쉽지 않다.

지난해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던 대한성공회 유지재단의 회계 부정 문제가 제기됐다. 복지관의 축제 수입금이 법인전입금으로 불법 사용됐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한성공회 유지재단에 3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고 법인으로 전출된 5천여만원을 후원금 계좌에 반환하는 행정조치를 내렸다.

이 사건은 근무하던 조합원의 내부고발과 사회복지지부의 기자회견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위탁법인은 바뀌었고, 10년차 조리사지만 취사원 월급을 받던 다른 조합원의 처우 문제도 개선됐다.

내부고발자였던 사회복지사 김호세아씨는 “(법인이나 기관 문제를) 참고 참다가 노조에 가입하는 복지사가 많다“며 “사회복지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이유는 시설비리와 비민주적 조직문화를 고발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정소희 sohe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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