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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공무원으로 살기] 낮에는 음식점 위생단속, 밤에는 유흥업소 방역점검

기사승인 2020.06.2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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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방역, 장시간 노동과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

   
▲ 24일 오후 충청남도 아산시 한 가게에서 공무원들이 사업주들에게 민원을 듣고 있다. <임세웅 기자>

우리나라에는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시민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재정 마련을 위해 3천953억원가량의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공무원 노동계와 논의 없이 전액 삭감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반발이 나왔지만, 사회는 무관심했다.

국가를 위해 근무하는 이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인식은 공무원들을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내몬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감사를 표하는 사진과 문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 등으로 감사라도 받는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어떤 업무 환경에 내몰려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4일 충남 아산시 위생지도팀 단속·방역활동에 동행했다.

위생지도팀 공무원이 온종일 들은 이야기
“장사도 안 되는데 죽이려는 거냐”


이날 오후 아산시청 위생과 앞에서 김동길 위생지도팀 주무관과 서희도 주무관을 만났다. 그들은 식품접객업소 지도점검·행정처분·허가취소·생활민원처리 같은 업무를 한다. 위생이 좋지 않은 영업점이 있다는 민원을 받고 현장을 확인한 뒤 주의를 주거나 영업정지 행정처분 등을 내리는 게 일이다.

“사업주들한테 코로나19 이야기 엄청 들을 겁니다.” 김동길 주무관이 말했다.

그들은 오전에는 오후 일정을 정리한 뒤 오후부터 민원을 처리한다. 오후 2시부터 차를 타고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국숫집으로 향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초와 겨자를 손님에게 줬다는 이유로 30일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는 일이었다.

코로나19 때문인지 국숫집에 사람이 없었다. 다만 앱을 통한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띵동~ 배달의민족 주문~!” 쉴 새 없이 주문을 받다 조금 한가해진 사업주가 공무원들을 맞이했다. 공무원들은 민원인이 찍은 유통기한 지난 일회용 겨자와 식초 사진을 보여줬다. 사장으로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내어 줬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았다.

“사업주, 가볍진 않아요. 1개월 영업정지 하셔야 해.” 김동길 주무관 말에 사장의 얼굴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금방이라도 내려갈 듯 떨렸다. “영업정지 1개월이라고요, 이런 시기에?”

공무원들은 “사업주 조심하셔요. 요즘 사람들이 팍팍해. 어떻게 행동하셨는진 모르지만 민원인이 엄벌을 바라던데, 조심해서 들이받으셔”라고 말했다. 사장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공무원들은 “곧 다시 와서 행정처분 내려질 겁니다”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왔다.

다음으로는 창고로 쓰여지는 불법건축물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러 한 설렁탕집에 들렀다.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김 주무관은 사업주에게 창고로 쓰는 건물이 불법건축물이라는 사실확인서를 받았다. 이를 허물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매년 1천만원씩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는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지금 장사 뻔히 안되는 거 아시면서…. 우리도 권리금 내고 들어와서 장사하고 있는데, 옛날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는 거 아닙니까? 왜 우리가 돈 내고 허물어야 하나요? 창고 허물려면 또 몇 개월 장사 못하는데요. 이건 죽으라는 거죠. 선생님들, 우리 어떡하란 말입니까? 네? 말 좀 해 보세요.”

쏟아지는 사업주 말에 공무원들은 고개를 한참 동안 숙이다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저희 다음 일정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한 가게에서 30분이 걸렸다. 평소에는 20분이면 충분했다.

김동길 주무관은 “그래도 이 정도면 젠틀한 편”이라며 “코로나19 이후에는 울고불고, 멱살 잡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영업정지를 내리지 않으면 민원 넣은 사람들이 이의제기하기 때문에 결국 해야만 해요. 그런데 코로나19 시기에 이렇게 행정처분을 내리는 건…. 집에 가면 계속 생각이 나서 잠을 못 잡니다.”

김 주무관과 서 주무관은 이날 오후 모두 5개 업소를 점검·지도했다.

유흥업소 방역 QR코드 앱 깔아 주는 일까지

오후 6시가 넘으면 새로운 업무가 시작된다. 저녁에 문을 여는 유흥업소 방역 단속이다. 3일에 한 번씩 유흥업소가 방역을 잘 갖췄는지 단속한다. 한 번 나갈 때 10여곳을 돌아다니며 체크한다. 이달 10일부터 전자출입명부로 손님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전자출입명부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는지도 묻는다. 사업주들은 정책을 잘 모른다. 정책을 설명하고 앱 설치하는 것도 사실상 공무원들의 일이다.

10일부터 헌팅포차·감성주점·유흥주점(클럽·룸살롱)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할 때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사용이 의무화됐다. 이달 30일까지 계도 기간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위반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영업이 전면금지된다.

김동길·서희도 주무관은 유흥업소 사업주들을 만나러 다니면서부터 신경이 곤두선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점검해야 하는 유흥업소 10여곳은 반경 1킬로미터 내에 몰려 있어 주차한 뒤 걸어 다녔다. 김 주무관이 사업주들에게 앱 설치와 정부 정책을 안내하고 서 주무관은 유흥업소 위치를 찾았다.

유흥업소 사업주들도 하나같이 장사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한 사업주는 “손님들은 QR코드를 찍으면 자기 동선 드러날까 봐 (유흥업소에) 오지도 않는다”며 “그만 좀 죽여라”고 말했다.

다른 사업주는 공무원들이 들어오자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 된다”며 한참을 하소연했다. 공무원들이 대꾸를 않자 가게 밖으로 나갔다. 공무원들은 묵묵히 사업주의 핸드폰에 전자출입명부를 설치했다. 손님용 정책설명 포스터를 배부하고, 전자출입명부 사용법을 설명했다.

점검이 모두 끝나고 아산시청 인근으로 복귀하니 오후 7시40분이었다.

김동길 주무관과 서희도 주무관은 매일 오후에는 위생점검을 나간다. 사흘에 한 번씩은 야간에 유흥업소에 들러 방역점검을 한다. 아산시가 관할하는 위생식품 업소는 7천900여곳이다. 그런데 아산시 위생과 공무원은 18명뿐이다. 한 명당 988개 업소를 관리하는 셈이다.

▲ 24일 저녁 충청남도 아산시의 한 유흥업소에서 공무원이 사업주에게 방역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증원·보상 필요한데 … “임금 삭감·동결 우려돼”

최일선에서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은 업무량 증가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국가공무원노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실업급여·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업무가 늘어나면서 주 70시간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양수산부 코로나19 비상대책반은 평일 오후 10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공무원 노동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원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공무원 11만5천225명을 충원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증원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 공무원 노동계 주장이다. 올해 대정부 교섭에서 재난상황시 인력부족이 두드러지는 소방·의료·사회복지 분야 정원 확대를 요구할 예정이다.

공무원에 적절한 보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노조·공노총·한국공무원노조는 2020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공무원 임금 인상 △성과급제 폐지, 기본급 산입 △시간외수당 개선 △국가공무원 여비규정 개정 △직급보조비, 정액급식비 인상 △연가보상비 산식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연가보상비 삭감 사례처럼 정부가 애꿎은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추가 희생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창호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론을 등에 업고 임금삭감이나 동결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공무원 업무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기 진작이 아니라 거꾸로 사기 저하를 하는 정책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이것도 모르냐”
민간위탁 노동자도 인력부족·스트레스 못 피해


코로나19 시대 공무원 노동자가 겪는 노동강도 강화와 민원 스트레스는 단지 공무원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거나, 공무원 업무를 위탁받은 노동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코로나19로 고용불안이 확산하면서 고용노동 관련 상담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특히 그렇다.

고용노동부는 울산·천안·안양·광주에 전화상담센터를 두고 운영한다. 노동부에서 직접 고용해 운영하고 있는 곳은 울산 뿐이다. 나머지 센터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울산콜센터는 근로기준법을 포함해 노동관계법을 상담한다. 나머지 상담센터는 실업급여·고용보험·출산휴가·육아휴직급여 같은 것과 관련한 상담업무를 맡는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지원책인 고용유지지원금·긴급고용안정지원금 상담도 담당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고용한파가 이어지며 정부 구제책에 대한 상담수요가 급증했다. 새로운 정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상담 시간 역시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모든 전화를 다 받을 수가 없다.

전국여성노조에 따르면 민간위탁 3개 콜센터 상담사들의 최근 전화상담 응대율은 40%대에 불과하다. 전화 10통이 오면 4통만 받고 있다는 뜻이다.

상담사들은 모욕적인 언사도 듣는다.

한 노동부 콜센터 상담사는 “정부 정책이 빠르게 바뀌는데 콜센터 노동자들은 이를 인지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해 ‘공무원이 이것도 모르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는 정년까지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세웅 imsw@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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