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사진 왼쪽)이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이스타홀딩스 지분을 이스타항공에 헌납하겠다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회사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부진한 상태에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할 테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와 김유상 전무이사는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으로 이스타항공이 침몰당할 위기가 증폭되자 결단을 내렸다”며 “저희 가족이 희생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족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이스타홀딩스가 이상직 의원의 가족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분 33.3%는 이상직 의원의 딸 이수지 이스타항공 상무 겸 이스타홀딩스 대표가, 66.7%는 아들 원준씨가 보유하고 있다. 이스타홀딩스가 가진 이스타항공 지분은 39.6%로, 이 중 담보로 설정된 1%를 빼면 실제 내놓을 수 있는 지분은 38.6%다. 이스타항공은 해당 지분가치를 약 41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납부로 임금체불 문제가 해소될 여지가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이미 지급된 계약금 110억원을 제외한 잔금 435억원의 상당 부분을 이스타홀딩스가 가져가게 돼 있었는데, 이 지분이 이스타항공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2월에 임금의 40%를 받은 뒤 3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지급해야 하는 체불임금은 250억원으로 추산된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을 이스타항공측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았다.

다만 체불임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5일 인수합병으로 대주주가 얻는 차익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유상 전무는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라고 촉구했다. 최종구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으로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김유상 전무도 “인수합병이 조속히 진행돼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임금부터 해결한다는 게 경영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주식 헌납 외에는 구체적 대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입장문을 따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