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주최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자 생명·안전이 먼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행사를 공동주최한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2개월. 참사 재발을 막으려면 지방정부의 근로감독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기도 주장에 노동계가 힘을 보탰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에 지방정부가 현장 지도·점검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고용노동부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노동부는 지난 18일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참사 후속 대책으로 ‘건설현장 화재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근로감독관 충원하고 지방정부와 권한 나눠야”

경기도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자 생명·안전이 먼저다”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강득구·김주영·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0여명이 공동 주최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여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노동안전지킴이를 통한 점검 확대 △산재 예방교육 확대 △근로감독관 확충·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 공유를 제안했다. 경찰은 한익스프레스 사고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화재가 공기단축을 위해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작업을 동시 수행하면서 발생했다고 봤다. 당시 화기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에 화재감시인이 있어야 했지만 자리를 비웠다. 노동자들은 화재예방·피난교육도 받지 못했다. 안전수칙만 잘 지켰어도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지만 현장에서 준수 여부를 감독·감시하기에는 행정 공백이 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노동감독권을 공유하는 것에 대체로 지지를 표했다.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실장은 “산업안전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장이 평균 7천개가 넘는다”며 “근로감독관의 대폭적인 증원이 필요하고, 지방정부와 그 기능(근로감독권)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경우 서비스 업종에 관한 자료가 방대하게 축적돼 있기 때문에 업종별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능을 나눈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근로감독 기준을 이양하는 것은 반대할 수밖에 없지만 점검·감독의 경우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지방정부 역할을 어디까지 강화할 것인지, 어떤 권한을 중심으로 공유할지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는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데 지방정부가 이런 전문성을 유지·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서도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을 이양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반대하나 공유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유 노무사는 “노동부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감독의 효과성 차원에서 기능 일부를 지방정부와 공유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81호 협약을 위반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ILO 81호 협약 4조1항은 “근로감독관은 회원국의 행정관행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중앙정부의 감독 관리하에 둬야 한다”고 규정한다.

“진짜 해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고 산재예방교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명선 실장은 “대형참사 때마다 정부의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이후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과 현장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근본대책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법이 바뀌지 않아도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며 “노동부가 지방정부에 산재사망 사업장 영업정지를 요청해도 지방정부가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구 을지대 교수(보건환경안전학)는 “소규모 사업장은 산재예방교육을 할 능력이 없다”며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교육을 시킬 의무만 있지 교육을 이수할 의무는 없어 사업주 대상 무상의무교육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임영미 노동부 산업재해예방정책과장은 “지방정부가 산재예방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려고 한다”며 “과태료 부과 등의 사법조치 기능까지 부여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ILO 협약 위반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특히나 지방정부에서 산재예방은 규제행정에 속해 의욕이 있는 경우 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내 산재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법·규정은 잘 갖춰져 있지만, 법을 어길 때 생기는 이득이 처벌·제재로 인한 손실보다 크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근로감독)권한을 공유해 지방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산재율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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