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조 등 전국 100여개 이주인권단체가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주민의 생존권과 체류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방글라데시 출신 시멀(31)씨는 2015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왔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4년10개월을 일했다. 고용노동부의 ‘성실 외국인노동자 재입국 취업 제도’에 따라 출국 3개월 후 재입국해 취업비자를 연장할 수 있다.

재입국하려면 사업주가 고용만료 7일 전까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일은 여기서 터졌다. 신청을 약속해 온 사업주가 만료 직전인 5월 초 코로나19로 고용을 약속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이주노동자에 취업기간 50일 연장 조치를 내렸지만 7월이 된 지금은 이마저도 만료됐다.

코로나19로 항공편도 마땅치 않아 출입국관리소로 찾아간 그는 “출국유예기한 30일”이 찍힌 스티커 한 장을 받았다. 이 조치로는 일도 구할 수 없다. 한 달 안에 방법을 찾지 못하면 그는 미등록 이주민이 되거나 다시금 출입국관리소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배제되거나 일을 잃은 이주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노조(MTU)를 포함해 100여개 이주인권단체가 함께하는 이주공동행동은 3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들의 사례를 발표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시멀씨는 기자회견에서 “사장님에게 용서해 달라고 했다”며 “일이 없으면 나가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갈 수도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섹 알 마문 이주노동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시멀씨 사례는 사업주가 갑자기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해 벌어진 일”이라며 “근본적으로 (사업주가 노동자 취업계약 연장 권한을 가진) 고용허가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문 부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재입국을 준비하거나 휴가 간 방글라데시 노동자 300여명이 코로나19로 인한 한국 정부의 입국금지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재입국 취업 제도의 전제조건이 3개월간 본국 출국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영아 아시아 평화를 향한 MAP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방과후활동 교사로 일하다 4개월째 일이 끊긴 한 이주민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고용보험이 없는 이주민에게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 지원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와중에 재난 전과 다름없는 출입국정책과 지역건강보험료 전환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재입국제도 대상자에게 본국 출국요건 없이 국내에서 재고용 조치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을 이주민에게도 적용 △이주노동자 고용보험 임의가입에서 당연가입 전환 같은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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