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잠정합의안 서명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안한 잠정합의안을 두고 일부 중앙집행위원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양대 노총이 제시한 합의 시한을 넘기게 됐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 이후 22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에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잠정합의안 추인 진통

민주노총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튿날 오전까지 10시간 넘게 잠정합의안과 관련한 내부 토론을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중앙집행위 회의를 그만하고 빠른 시일 내 제 거취를 포함해 판단하겠다”고 마무리 발언을 하고 회의를 마쳤다. 중앙집행위는 29일 오후 5시께부터 30일 새벽 12시30분께까지 진행된 뒤, 같은날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10분께까지 열렸다. 30일 새벽 김명환 위원장은 잠정합의안에 대해 중집에서 문제제기된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지만, 반대 의견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부 산별노조·연맹과 대구·경북·충북본부를 비롯한 지역본부에서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일각에서는 이번 중집 이전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민주노총 요구안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반발이 일었다. “민주노총이 양보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양대 노총이 못 박은 사회적 대화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오전 사회적 대화 부대표급회의에서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뒤에는 반발 목소리가 더 커졌다.

중앙집행위에서는 “잠정합의안 문구가 모호하고 현장과 괴리된다”는 의견과 “미흡하지만 민주노총의 위상과 격을 고려해 합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 반대 위원들은 “재난 시기 휴업급여를 감축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수용할 수 없다”거나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로드맵 수립이나 노사 당사자 의견수렴 외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이 나지 않자 김명환 위원장은 결국 회의를 중단하고 마무리 발언을 한 뒤 회의를 마쳤다. 김명환 위원장은 “추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집 성원들은 일관되게 폐기해야 된다고 주장한다”며 “그것을 살려가야 한다는 것이 제 판단이고 소신이다. 회의를 그만하고 빠른 시일 내 제 거취를 포함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고려해 지도부 결단해야” 목소리도

오랜 토론 과정과 관련해 A산별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완전 합의(100% 동의)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다수가 합의하는 선에서 합의가 도출돼야 (최종 서명을) 하는 구조”라며 “그래서 김명환 위원장이 상당히 고심을 많이 하고 긴 토론을 했음에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잠정합의안 내용이 현장하고는 좀 거리가 있으니까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B지역본부장은 “민주노총에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치열한 토론했다”며 “중앙집행위는 가능하면 표결하지 않고 토론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잠정합의안) 핵심은 해고금지와 총고용 보장·전 국민 고용보험 확충을 비롯한 사회 안전망 강화·노동권 보장”이라며 “조합원들에겐 이런저런 쓴소리를 들을 만한 의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코로나19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중심에 두고 의미 있는 합의를 끌어내려면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이 쉽지 않아 시간을 넉넉하게 두면 다 쓰러진다”며 “경사노위 체제도 아니고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인 만큼 민주노총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노조 관계자는 “김명환 위원장이 말한 거취 표명이 사퇴를 하겠다는 것인지 (직권으로 도장을) 찍겠다는 것인지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다수가 반대했는데 민주노총이 이런 식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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