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에 위치한 주얼리 업체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김아무개(48)씨는 지난 3월부터 주 4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근무일수가 줄면서 임금도 20%가량 삭감됐다. 그런데 최근 주춤했던 수요가 회복되면서 예물 등 주문량이 늘어나 야근을 반복해야 하는데도 해당 업체는 여전히 주 4일제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주 4일 가운데 주 3일은 밤 10~11시까지 일하고 있다. 아무리 늦게까지 일해도 야간·연장근로수당을 받지는 못한다. 포괄임금제 때문이다. 김씨는 “개수 파악이나 장부관리도 하고 있다”며 “4월 중순부터 수요가 80~90% 회복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는 아르바이트를 쓰면서 주 4일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근무일수를 줄였던 주얼리 업체가 최근 주문량이 회복되고 있는데도 주 4일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얼리 노동자들은 대부분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다는 점을 악용해 사업주가 ‘공짜 잔업’을 강요한다는 지적이다.

1일 금속노조 서울지부 주얼리분회(분회장 김정봉)에 따르면 주얼리 노동자들이 공짜 잔업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얼리 업계에서 33년간 일했다는 이아무개(50)씨도 “일을 쉬지 않고 해야 납품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업계 특성상 결혼식 등이 줄어드는 여름이 비수기인데 주 4일제를 8월까지 유지하려는 속내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짜 잔업에 시달리는 이유는 주얼리 노동자 상당수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1월 서울지역 주얼리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185명)와 사업주(118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0.6%가 연장근로수당이 없다고 답했다. 사업주 81.4%가 본인 사업장에 연장근로수당이 없다고 했고, 노동자 63.8%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연장근로수당이 없다고 했다.

휴업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주얼리 노동자 대부분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탓이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로·중구 귀금속 사업장 3천271곳 중 529곳(16.1%), 종사자 7천635명 중 1천849명(24.2%)만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도소매판매업체와 제조업체가 환금성이 높은 금을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거래하는 관행 때문에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많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다”면서도 “5월에 수요가 회복됐지만 전반적으로 6월 이후로 다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김정봉 분회장은 “코로나19로 대부분 업체가 근무일수를 줄였는데 주문량이 늘어나며 절반은 주 5일제로 되돌렸다”며 “여전히 주 4일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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