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앙노동위원회가 타다 운전기사의 실제 사용자를 플랫폼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라고 판단했다. 쏘카가 플랫폼을 이용해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라는 의미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실사용자 판단에 대한 이정표를 세운 판정이 될 전망이다.

용역회사와 계약한 타다 운전기사
일한 지 2개월 만에 쏘카 방침으로 해고


중노위는 1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타다 드라이버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신청인을 쏘카 근로자로 인정하고, 그를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타다 운전기사는 용역업체에 고용된 뒤 타다에 파견되거나, 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등 두 가지 형태로 일했다. 쏘카는 타다 서비스 운영사다. 쏘카가 지분 100%를 가진 VCNC는 타다앱을 개발하고 예약중개를 하는 회사로 플랫폼업체로 보면 된다. 용역업체들은 쏘카와 인력공급계약을 맺고 기사를 쏘카에 공급한다.

곽아무개씨는 인력공급업체 H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타다 운전을 했다. VCNC의 차량 대수 조정 조치에 따라 지난해 7월 H사는 곽씨를 해고했다. 일하기 시작한 지 불과 두 달 만의 일이다. 그는 쏘카와 VCNC·H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곽씨를 근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중노위는 곽씨가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사용자에게 구체적 업무처리 방식을 지시받아 일했고, 정해진 복장·응대어·절차에 따라 타다 운전을 했다. 임금은 사용자 방침에 의해 결정됐고, 생산도구도 소유하지 않은 채 노동만 했다.

쏘카를 근기법상 사용자로 본 판정은 플랫폼 노동 보호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중노위는 “(쏘카는) 타다앱 등을 통해 곽씨의 업무수행 과정을 관리·감독하면서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받았다”며 “사업 운영의 필요에 따라 타다 드라이버의 인원수·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제재 수단을 변경하는 등 근로조건을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플랫폼업체인 VCNC에 대해서는 “타다 서비스 운영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모든 업무를 쏘카의 결정·승인에 따라야 하는 등 쏘카의 한 부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사업주로서 실체가 없는 회사라는 얘기다. 계약체결 당사자를 사용자라고 보는 기존 시각과도 선을 그었다. H사는 노무관리 독립성이 없어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자 노동조건 결정하는 자가 ‘진짜’ 사용자

계약상 주체가 아니라 노동자의 구체적 업무내용을 정하는 기업이 진짜 사용자라는 이번 중노위 판정은 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사건은 물론 네트워크기업·완전모자회사에 소속된 노동자의 실제 사용자 판단 사건에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매체인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뤄지는 지휘·감독을 사용자성 판단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판정이기 때문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네트워크기업에서도 실제 구체적 업무지휘를 하는 이를 사용자라고 본 것”이라며 “근로계약을 누구와 체결했는지 계약상 주체가 아니라 업무를 지배하는 곳을 사업주로 정하는 굉장히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쏘카측은 이번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심판회의 과정에서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논의가 됐다”며 “그 점까지 충분히 고려해 위원들이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행정소송으로 가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이번 판정은 타다 운전기사 25명이 쏘카와 VCNC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임금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와 타다 운전기사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휴업수당 등을 받아야 한다는 게 소송 취지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플랫폼 노동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이익을 얻는 자가 사용자라는 원칙이 판정에서 확인됐다”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이번 판정 취지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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