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제안하면서 시작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민주노총 내부 합의 실패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조직 안팎으로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사회적 대화를 시작했으면서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비판과, “잠정합의안이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동시에 직면했다.

노사정 대화 제안해 놓고 내부합의 불발, 책임론 비등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집행위를 거쳐 이번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열리는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이었던 한국노총은 고심 끝에 이번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했다.

그런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추진을 결정했던 중앙집행위에서 잠정합의안조차 추인하지 못했다. 1일 노사정 협약 무산은 민주노총 지도부는 물론 민주노총 위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화를 처음 제기한 정부와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소모의 시간으로 끝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지도부가 위기 상황 속에서 짧은 시간 안에 합의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전 조직적인 요구에 입각해 수행했어야 하는데 중앙집행위를 통해 노사정 대화를 추진했다고 하지만 토론 과정이 대단히 취약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부 갈등 심화할 듯

노사정대표자회의 잠정합의에 대한 반발로 내부 갈등과 혼란도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2일 오후 다시 중앙집행위를 열어 잠정합의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지만 갈등이 쉽게 수그러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사정 잠정합의에 반발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1일 오전에 열린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김명환 위원장 사퇴를 공공연하게 요구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노사정 잠정합의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의원대회 개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을 뿐 아니라, 대회를 열어도 별다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는 “직선으로 선출된 위원장이 공약 연장선상에서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위원장 재량과 권한으로 인정해 주고 결과로 평가해 줘야 하는데 물리력을 행사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잠정합의안 내용이 문제가 적지 않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의 권위를 조직 내부에서 무너뜨리면 위원장이 어떻게 밖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발언하겠냐”고 반문했다.

노광표 소장은 “조합원들에게 직선으로 뽑힌 만큼 위원장이 책임 있는 판단을 하고 조합원들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조합원들에게 내가 왜 이런 걸 하려는지 알리고, 조합원 투표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김명환 위원장이 (일부 조합원들의) 출근 저지 과정에서 받은 압박과 스트레스로 코피를 쏟으며 잠시 쓰러져서 (중집회의 뒤)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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