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장

경북대병원 직원들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병원장 결정을 앞두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이사회에서 2명의 후보를 추천해 교육부에 올렸는데 그 후보 중에는 박근혜 정권 당시 병원 집행부 실세 역할을 하면서 국정철학에 충실하게 노조파괴를 했던 전 기조실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병원장 후보에 들어가 있는 전 기조실장은 2014년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에 고소·고발을 하고 노조간부를 해고했다. 그는 병원 핵심 간부로서 국립대병원 최초로 노조 파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단체협약 해지, 관리자를 동원한 노조탈퇴 지시, 비정규직 집단해고, 노동조합 선전활동·집회 채증 뒤 고소·고발을 일삼았다.

국립대병원에서 비용절감을 선언하며 질 낮은 의료재료 사용과 외주 확대 등으로 공공성보다는 돈벌이 중심으로 만들고 노조탄압에만 열을 올린 결과 지역 종합병원 의료질 평가에서는 하위 점수를,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도 2015년과 201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은 과거 악몽을 떠올리며 전 기조실장을 병원장 후보로 추천한 경북대병원 이사회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북대병원장과 관련해 1천406명이 참여한 직원 설문조사에서 전 기조실장이 병원 공공성 확충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지 물었는데, 100점 만점에 평균 17점을 기록했다. 97.6%가 “병원 운영에 전 기조실장의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고, 97.3%가 “병원장에 부적합하다”고 답변했다.

노조는 전 기조실장이 병원장 후보에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경북대병원 이사 11명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병원 이사회에서 노조 의견은 무시됐다. 직원들이 반대하는 후보를 뽑은 경북대병원 이사회는 이사장인 경북대 총장을 비롯한 경북대병원 교수 2명과 정부 관료, 외부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의사를 제외한 3천여명 일반 직원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되는 구조다.

국립대병원장 선출에 대한 설문 결과에서도 87%가 직선제를 요구했고, 12%가 이사회에 노동자 참여를 요구했다. 직접 민주주의 시대에 국립대병원장 선출은 국립대 총장 선출방식인 간선제(추천위원회)에도 못 미치고 있다.

민주적이지 못한 병원장 선출방식이 병원조직을 보수적으로 만들고, 직원들 목소리는 무시하고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을 돈벌이 병원으로 전락시키며, 병원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노조를 와해하려는 국립대병원장,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지 않는 국립대병원장, 채용비리 중심에 있었던 국립대병원장들이 득세하는 이유다. 노조는 국립대병원의 민주적인 병원장 선출을 위해 전체 국립대병원 노조와 함께 병원장 직선제, 노동이사제를 요구할 것이다.

유은혜 장관에게 요구한다. ‘노조혐오’와 ‘노조파괴’라는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노사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었던 병원 집행부 핵심에 있었던 전 기조실장에게 공공병원 운영을 맡겨서는 안 된다.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함께 잘해 나가고,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 역할을 잘할 병원장을 임명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