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호봉제 폐지와 성과급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발단이 된 KPX케미칼 노사갈등이 5년째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울산지법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1심을 뒤집고 KPX케미칼 경영진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8일 성명을 내고 “사측은 김종곤 KPX케미칼노조 위원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소집을 당장 취소하고 모든 형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PX케미칼은 불법행위 가담을 이유로 9일 징계위원회에 김 위원장을 회부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회사의 노조파괴 계획이 담긴 파일과 이메일을 입수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는데 최근 울산지법에서 이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자료 입수 경로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김용희 부장판사는 김 위원장과 조합원 ㅇ씨가 무단으로 회사 대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그룹웨어에 접속해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고 봤다. 회사 대표 계정의 비밀번호는 모든 직원들에게 공개된 초기 비밀번호와 동일했다. 울산지법은 “사용자가 정보통신망에 대한 보안을 극히 소홀히 한 책임도 크고, 2노조 설립 등 부당노동행위 내용도 있어 비밀 누설 범행에 참작 사유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수호라는 목적이 중대하더라도 위법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위원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반면 울산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김관구)는 지난 1일 복수노조 차별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던 KPX케미칼 경영진에 무죄를 선고했다. 회사는 설립 단계부터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 2노조 조합원에게만 경영성과급 310%와 취업규칙개선격려금 10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차별했다. 1심 재판부는 “KPX 부당노동행위는 1노조의 단결력과 조직력·협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며 김아무개 KPX케미칼 사장과 양아무개 부회장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1노조 교섭력을 감소시키거나 노조원을 탈퇴시키려는 회사 의도가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경영진이 반노조적 의도나 지배·개입 의사가 존재했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노총은 “KPX케미칼 사측은 2015년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려다 노조가 97일간 파업을 하니까 복수노조를 내세워 성과급을 차별하고 단체협약 해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며 “이번 징계위원회도 그 연장선상으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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