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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권리 부재가 핵심 원인이다

기사승인 2020.07.0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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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절박한 사람들의 요구는 구체적이다.

미래에 올 위험 따위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생존을 파괴하는 상황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매우 많은 재정을 풀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지원을 시작했고,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현장 노동자들은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나 예술가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노동을 증명할 온갖 서류에 시달려야 한다. 시혜에 입각한 정책은 노동자들에게 이 시혜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입증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유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해고하지 마라고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지정해 지원을 쏟아붓고 휴업수당의 90%를 보장해 주겠다고 해도 아시아나케이오는 해고를 선택한다. 그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강제 없이 재정지원이라는 당근만으로는 해고를 막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노동자 권리가 현실적으로 보장받는지 투쟁해 왔던 비정규직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해고를 막으려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과 해고금지를 연동시켜야 한다. 지원을 받으면서도 해고를 하는 기업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8년에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확대적용하기로 논의를 마쳤고, 법안도 상정된 바 있다.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이것을 국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면 된다. 당장의 생계지원도 노동자 친화적으로 서류를 간소화하고 노조와 전달체계를 의논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현장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기업을 우선 지원해 혜택받은 기업이 선의로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만들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고용보험도 일부에 한해 선별적으로만 보장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정부가 ‘일자리 지키기’나 ‘전 국민 고용보험’을 말한다고 해도 그 언술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여전히 기업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권리확장을 기업의 이윤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갖고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구체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그것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고금지와 총고용 유지를 논의하는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가 진행됐다. 기업이야 어차피 해고의 자유 보장이나 노동권 제약 같은 온갖 개악안을 쏟아 놓은 터이니 말할 것도 없지만, 정부도 민주노총과 동일한 방향 위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합의에 도달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어떻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가. 그것은 이 합의가 ‘노력한다’는 추상적 문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합의는 비정규직 상황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정부는 재정을 계속 풀겠지만 기업은 그 지원을 독식할 것이고, 여전히 노동자는 해고될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여전히 자신을 증명해야 지원을 받게 될 것이고, 노동자 권리는 계속 제자리일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피해를 당했고, 그래서 계속 싸워 왔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기대한 것은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해고됐을 때 싸울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 모멸감을 받지 않고 소득지원을 받는 방안, 특수고용직 전체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당장의 입법 선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 개정, 정부 지원을 받고도 해고하는 기업에 대한 강한 제재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에 이런 구체성은 담기지 않았다. 이것은 애초에 교섭으로만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비정규직의 절박한 현실을 드러내고 함께 싸울 때에야 가능한 것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과 정부와 기업이 겉으로는 같은 목표와 방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해고되고 생계 곤란함 속에서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실천적으로 드러내며 함께 싸워야 했다. 그 힘으로 정부와 기업을 강제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그 합의는 추상적 문구들의 말잔치가 될 테니까.

코로나19 시대, 비정규 노동자들이 더 많이 고통을 받는 이유는 불평등과 권리의 부재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불평등과 권리 부재라는 현실을 무너뜨리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비정규직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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