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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콜센터 경험 잊었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당일연차 쓰면 불이익”

기사승인 2020.07.1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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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운수노조 실태조사 “2명 중 1명은 아파도 휴식 못 취한다”

   
▲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가ㅣ 9일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아예 당일연차를 사용 못했어요. 그때는 페널티도 더 많았고요.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니까 자유롭게 써도 좋다고 하지만 감점처리가 되고, 실적 등급이 낮아지면 월급이 적어지죠.”

12년째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김숙영씨가 아파도 병가는 물론 연차조차 내기 어렵다며 콜센터 상담사 처지을 설명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일부 민간위탁업체는 계획된 연차가 아닌 당일연차를 사용할 경우, 한 주 동안 평균 콜수를 4일이 아닌 5일로 나눠 산출한다. 하루 연차를 사용한 뒤 4일 동안 150콜을 소화해도 5일로 나누면 평균 콜수는 120콜로 뚝 떨어진다. 하루 평균 응대 건수가 상담사 실적 평가 기준이 되는 상황이니 당일연차 사용 페널티나 마찬가지다. 이러니 상담사는 아파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인 연차 사용을 망설이게 된다.

지난 3월 서울시 구로구 A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콜센터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집중조명 됐다. 이후 비말 감염에 취약한 사업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아크릴판 설치, 마스크 착용 강제, 소독제 비치 같은 방역이 강화됐다. 하지만 과도한 실적경쟁을 부추겨 아파도 쉬기 어려운 노동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실태 증언대회를 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3 고객센터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과도한 실적경쟁 개선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12곳으로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경기도와 인천에서 운영된다. 공단은 11개 민간 위탁업체에 고객센터 운영을 맡겼다. 공단과 위탁업체의 계약기간은 2년이다.

노조에 따르면 22일 확진판정을 받은 상담사 ㄱ씨는 지난달 16일 연차 사용 중 감기로 추정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17일부터 18일까지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당일연차를 사용했다고 한다. 사흘이 지난 19일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지만, 발열체크 결과 정상체온으로 확인돼 출근해 일했다. 노조는 “당시 상담사의 몸이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회사는 코로나19 검사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말 뒤에도 낫지 않자 ㄱ씨는 팀장에게 보고한 뒤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ㄱ씨는 전화상담이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문자 상담을 했던 상담사였고,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잘 지킨 덕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지부장 김숙영)는 “당사자는 증상이 있었음에도 공가가 아닌 개인 연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발을 막으려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하고 과도한 실적 경쟁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숙영 지부장은 “업무 메신저로 하루에 최소 한두 번은 개인별 콜 현황, 콜 순위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증언대회를 찾은 상담사들은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호소했다. 박미경 지부 경인지회 조직부장은 “동료는 하혈을 너무 심하게 해 집에 보내 달라고 했더니 ‘기저귀 차고 일할 수 없겠냐’는 답변을 들은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김숙영 지부장은 “연차를 쓴다고 하면 관리자들은 ‘우리 센터가 1등 해야 해’ ‘네가 빠지면 다른 상담사들이 더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을 준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당일연차 사용에 따른 불이익은 ‘팀 실적-센터 실적’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한 고객센터의 경우 전월 대비 실적이 개선되는 센터 내 상위 5명 노동자에게 3만원의 인센티브를 주지만 한 노동자는 5위로 뽑혔음에도 당일연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원청이 나서야 하는데…
정부 조치는 갈 길 멀어”


현장 노동자들이 열이 나는 등 이상 징후에도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은 실태조사에도 드러난다. 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일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7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열이 나거나 이상 징후가 있을 때 휴식이나 귀가 조치 등이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 두 명 중 한 명(50.4%)은 "그렇지 않다(181명, 22.9%)"와 "매우 그렇지 않다(217명, 27.5%)"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24명) 혹은 “그렇다”(104명)고 응답한 이들은 16%(128명)에 불과했다. 실적 압박 스트레스는 심각했다. 직장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성과 (생산성) 위주의 평가 시스템”(514명), “상시적 모니터링 및 녹취감시, 업무숙지 및 평가”(382명), “과중한 업무량”(343명)을 꼽았다.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실적을 연계해 평가하는 제도가 아파도 쉬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며 “경기도콜센터 같은 경우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콜이 밀려도 크게 압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콜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심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장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경우 매월 등급을 평가해 성과급을 달리 책정한다”며 “실시간 순위를 매겨 상담사들에게 경쟁을 붙이다 보니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장기근속자가 적어져, 노동자 부담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공공기관 산하 고객센터 콜센터의 실적제도를 선도적으로 폐지하라고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관련) 사업장 점검항목에 실적 등을 이유로 휴가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지 말라는 정도의 항목이 반영된 상태”라며 “실적 성과연계 폐지는 권한이 있는 원청이 나서야 가능한데 하청업체에 사업장 점검항목 작성을 맡겼다”고 꼬집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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