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여대야소로 진용을 갖춰 출발한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대와 달리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처럼 여야 이견이 큰 과제가 산적해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여당 노사정 합의정신 반영 대책 추진
미래통합당 “실패한 노사정 대화, 누군가 책임져야”


12일 환노위 여야의 말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미합의 여파가 환노위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정신을 존중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한 사업들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여당 관계자는 “노사정이 코로나19 위기를 헤쳐 나갈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결과는 존중받아 마땅하다”며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정부를 독려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을 연장하고 워라밸(일·생활 균형) 일자리 장려금의 인상 지원기간을 6월에서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안 이행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 시각은 좀 다르다. 합의문 서명식 불발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묻겠다는 것이다. 20대에 이어 21대에도 환노위 야당 간사를 맡은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노총에 끌려다니며 대타협을 끌어낼 능력이 없음이 밝혀진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야당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를 한답시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멀쩡한 경사노위를 무용지물로 만들면서까지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려 했고 결국은 실패한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관계자 아무도 반성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ILO 기본협약 비준 논의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 등 ILO 기본협약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총선에서 내건 핵심공약 중 하나다.

미래통합당은 개정안 3건 모두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횡포에 날개를 달아 주는 법”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노동계에서 지지를 받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 개정안에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대의원·임원 출마자격을 단위 사업장 조합원으로 제한,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 제한 같은 ILO 기본협약과 무관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파견제·탄력근로제 개편
20대 국회 미완의 과제 ‘산적’


20대 국회에서 정리하지 못한 미완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최저임금제·파견제·탄력근로제 개편과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모두 재계와 노동계가 대립하는 주제들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는 노사의 요구안 격차가 매우 커 올해도 공익위원 주축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중위임금 등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했다는 지적이 반복될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위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최저임금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가 참여하는 ‘최저임금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종료로 자동폐기됐다.

불법파견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근로자파견 절대금지업무로 추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재계는 반대한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재계가 요구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는 노동계와 충돌하는 이슈다. 최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기법에 3개월 이상 6개월 이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규직 사용 원칙을 정립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문제도 이슈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가동한 경사노위 고용형태 다양화에 따른 법·제도 개선 연구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특수고용직 개선방안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논의 결과를 발표할지 여부를 두고 내부 의견을 모으는 상태다. 전문가 의견이 공개되면 국회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주제에 비해 비교적 이견이 크지 않은 산업재해 예방정책 부문에서 어떤 진전을 이룰지도 지켜볼 만하다. 정부는 노동계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필요성을 사실상 인정한 상태다. 현재 연구용역을 발주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기업처벌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말께 연구 결과가 나오면 정부 입법 과정에 반영한다.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치열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여·야, 진보·보수가 모두 수용가능한 의제에서 국회 출발 초기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이나 코로나19로 드러난 고용안전망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는 머리를 맞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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