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

민주노총 임원회의·사무총국회의·상임집행위원회·중앙집행위원회·중앙위원회·대의원대회에, 16개 산별가맹조직과 16개 지역본부에서 회의할 때마다 조합원들의 참관을 조직해 달라고 당부하겠다. 신규사업장이 생기면 조합원 교육에 민주노총 회의 참관을 필수로 하도록 지침을 만들겠다. 100만 조합원에 더해진 신규사업장 동지들이 어떤 조직에 들어온 것인지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어 직관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 민주노총이 어떤 투쟁계획을 논의하고, 어떤 현안이 있으며, 어떤 조직 간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은 어떤 의견의 충돌이고, 이 충돌은 어떤 절차와 과정으로 의견을 모아 가는지 보여주겠다. 우리가 부끄러울 때 어떤 성찰을 해야 하고, 우리가 비장한 투쟁을 결의할 때 임원들은 무엇까지 고민하는지, 집회를 할 때 사무총국 동지들은 어떻게 실무를 준비하고, 사업이 끝난 후 중앙집행위는 어떤 평가를 하면서 다음 투쟁을 준비하는지, 중앙위원들은 어떤 안건을 논의하고, 대의원들은 어떤 발언을 하는지 직접 보고 마땅히 자랑스러워하시라 하겠다.

지난 2일 조합원들이 보고 있으니 원활한 회의 진행을 못한다고 기어이 조합원들을 몰아낸 후 노사정대표자회의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다수 중앙집행위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폐기하기는커녕, 지금 시기 대의원대회를 열어 결정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의견 또한 묵살하고 대의원대회를 소집하는 담대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소신에 질린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반대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8일 김명환 위원장은 12차 중앙집행위를 9일로 소집하며 △임시대의원대회 준비건 △최저임금위원회 대응건을 상정했다. 어차피 안 들을 거면서 중앙집행위는 왜 소집하는가? 대다수 중집위원들이 대대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는데, 그 준비 건으로 회의를 열면서 동시에 최저임금위 대응건을 상정했다. 이게 뭔가. 대의원대회는 당신들이 반대해도 내 맘대로 열 것이니, 최저임금 투쟁은 중집위원들이 책임지고 조직하라는 것인가. 투쟁은 당신들이 조직하고 나는 서명하러 가겠다는 말이라면 중집위원들을 조롱하려고 회의를 소집하는가.

이것은 회의 운영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철학의 다름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누구인가. 태어나서 학교 교육을 받고, 혹은 군대에 다녀오는 동안 순종만을 요구받다가 밥 벌어먹으러 일터에 나와 관리자들에게 단 한 번도 존중받지 못하며 기계의 부품이거나 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물품 취급을 받다가,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어 내 노동이 마땅히 존중돼야 함을 요구하게 된 사람들이다. 나의 의견을 노동조합 간부들이 ‘경청’한다는 것, 단 하나만으로 무한신뢰를 갖게 되는 동지들이다. 일방적인 명령은 권력이 있는 자들이 하는 것이고, 노동자들에게 의견의 경청은 곧 사람대접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조합원들이 사람대접을 요구했고, 거절당했다. 위원장의 권력이 자본의 권력과 동일해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한다.”

민주노총의 첫 번째 강령을 김명환 위원장은 위반했다. 우리가 목마르게 바라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참된 민주사회’는 위원장 한 사람의 소신으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 서툴러도 내 분노와 내 의지와 내 존엄을 요구하고 의견을 말하고 다른 동지의 말을 들어 토론할 줄 아는 조합원들의 힘으로 건설된다. 아, 이런 당연한 주장을 지면을 빌려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해야 하는 지리멸렬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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