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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안전에 눈감은 쿠팡] “일하다 다쳤는데 공상처리 권유했다”

기사승인 2020.07.1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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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 “안전보건감독 받은 적 없어 … 특별근로감독해야”

   
▲ 쿠팡 부천물류센터 앞. <강예슬 기자>

“일을 하다 다쳤으니 산업재해로 처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물류센터 내 안전관리팀에서 ‘산재를 신청해도 된다’면서도 신청하면 퇴사조치가 된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공상처리를 해 주고 삼사일 동안 쉬라고 했는데, 쉬는 동안 급여는 못 준다고요. 일단 알겠다고 했죠.”

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박스에 담는 집품업무를 하던 김지연(48·가명)씨는 지난 5월11일 팰릿 위에 쌓인 물건을 꺼내고 내려오다 발목을 접질렸다. 다음 날 지연씨는 회사 지정병원에 가서 “발목 염좌(인대 손상)”라는 진단을 받았다. 올해 4월부터 일을 시작한 3개월짜리 계약직이었던 지연씨는 무급휴가로 3일, 정기휴무로 2일을 쉰 뒤 5월17일 다시 출근했다. 다행히 회사 배려로 집품업무 대신 전산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업무를 한동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집품업무를 시작하자 다리가 부어올랐다. 이상을 느낀 지연씨는 다른 병원에 가 다시 진단을 받으려 했지만, 같은달 24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서 자가격리 대상자가 돼 병원에 가지 못했다. 지난달 9일 격리가 해제된 뒤 뒤늦게 병원을 찾은 지연씨는 의사에게 “오른쪽 발 복숭아뼈 밑 뼈가 1센티미터 골절됐다”는 말을 들었다.

부천물류센터는 코로나19로 셧다운했다가 지난 2일 다시 문을 열었다. 쿠팡은 지난 1일 계약직 노동자에게 오전조는 2일, 오후·심야조는 7일 출근하라는 단체문자를 돌렸지만 오후조(오후 5시~새벽 2시)로 일하던 지연씨는 회사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지연씨는 쿠팡 노동자가 사용하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쿠펀치’에도 접속할 수 없게 됐다.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연장근무·휴무 신청을 하는 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는 노동자가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쿠팡이 업무 중 재해를 입은 지연씨에게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가 문제제기하자 수신차단?”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쿠팡이 업무 중 재해를 입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보상 신청을 막고 공상처리를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쿠팡은 ‘무시 전략’을 썼다고 한다.

지연씨 사례가 그렇다. 부천물류센터가 문을 연 뒤 어떤 안내도 받지 못한 그는 인사팀 직원 네 명에게 항의하려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두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지난 10일 지연씨는 결국 부천물류센터를 직접 찾았다. 지연씨는 “인사팀 직원 네 명 모두가 제 전화번호를 수신차단한 것인지 전화를 걸면 신호음이 한 번 울리고 통화할 수 없다는 기계음이 나왔다”며 “10일 오후 직접 부천물류센터에 찾아가 항의했더니 ‘죄송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누군가가 일하다 다쳐 산재로 처리하게 되면 책임자로 있는 사람(안전관리팀장)의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쳐 진급에 차질이 생긴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관리팀장에게 산재신청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안전관리팀장은 지연씨에게 “생각한 대로 산재처리를 하시라”고 동의했다.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산재신청을 하면 퇴사처리한다는 말을 했을 경우 산재은폐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공공연한 공상처리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권 노무사는 “쿠펀치 잠금이 산재신청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불이익 조치인지 확정하기 어렵지만 정황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쿠팡측은 “쿠팡은 산재신청 절차와 관련해서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모든 물류센터는 산업안전보건원회가 구성돼 있고, 매분기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산재신청 막으려 공상처리 유도했나”

쿠팡이 업무 중 재해를 입은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막으려 한 사례는 더 있다. 4월 중순부터 3개월 계약직으로 일하던 고건(41)씨는 열흘 연속으로 휴무일 없이 근무하던 지난 5월8일 새벽 왼쪽 다리에 파열음과 함께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고씨는 현재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대표이기도 하다.

다음 날 병원에 간 고씨는 “좌측대퇴부 햄스트링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사측은 공상처리를 제안하며 “무급병가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유급병가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산재신청을 하면 재계약을 못할까 봐 사측 말을 따르려던 고씨는 통증이 개선되지 않자 결국 산재를 신청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자 회사 관계자는 “산재승인도 어려울 것이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며 “회사에서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씨는 5월11일 산재를 신청해 지난달 2일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그 과정이 석연찮다. 부천물류센터는 5월28일 “근무 이후 사업장 이외의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를 산재로 이어 가려는 노력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악의적인 산재로 인식된다”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 고씨의 업무 중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회사의 입장이 바뀐 것은 한 언론사가 고씨의 상황을 담은 기사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로 추정된다.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하기 하루 전날인 1일 “사고의 주된 원인 : 카트를 밀며 뛰어가다가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낌(햄스트링 파열)”이라며 종전의 입장과 전혀 다른 의견서를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일 오후 고씨에게 산재가 승인됐다고 알렸다.

속도경쟁에 밀린 노동자 안전
“상하차 작업 중인데 택배차량 출발했다


쿠팡 노동자들은 물류센터 내 사고는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고씨는 “5월 초 부천물류센터에서 전동 자키를 사용하려고 했더니 동료가 얼마 전 사고가 발생해 4층에서는 전동 자키를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동 자키는 팰릿에 실은 물건을 옮기기 위해 사용하는 동력 장치다. 당시 고씨는 물건 규격이 커 박스에 담기지 않는 물건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지연씨는 “레일에 손가락이 끼여 골절된 분도 있다”며 “당시 인근에 있어 비명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을 너무 타이트하게 시키니까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쿠팡 노동자는 실시간으로 관리자의 업무 관리·감독을 받는다. 집품 속도가 느려지면 이름이나 전화번호 뒷자리를 호명당한다. 화장실에 갈 때는 나간 시간과 들어오는 시간까지 기재한다.

다른 지역 쿠팡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 지수민(가명)씨는 “간선차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중이었는데 간선차가 갑자기 출발해 화물칸에 탄 채 물류센터 인근 IC(나들목)까지 갔었던 경험이 있다”며 “차량 운전기사에게 따져 묻자 관리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출발하라고 해서 출발했다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던 수민씨는 같이 상하차 작업을 하던 동료가 관리자에게 알리면서 구조될 수 있었다.

쿠팡은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 로켓프레시 서비스는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한다. 고객에게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서두르는 사이 노동자 안전은 후순위가 됐다. 현장 노동자들은 쿠팡 물류센터 안에 휴대전화를 반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스스로 119나 112에 신고할 수 없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비정규·저임금 노동자,
일자리 잃을까 불합리해도 말 못해”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노동자와 노동계는 비정규 노동을 근본 원인으로 본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직후 부천시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3천673명 중 70%(2천591명)가 일용직이었다. 정규직은 98명뿐이었다. 노동부가 9일 발표한 2020년 고용형태공시 현황에도 이 같은 상황은 다시 확인된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유한회사는 1만2천578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고, 이 중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는 1천948명(15%), 기간제 노동자는 1만630(85%)명으로 나타났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쿠팡의 로켓배송은 비정규·저임금 노동자를 갈아 넣어 만든 시스템으로 부딪침·끼임·떨어짐 사고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며 “그런데 쿠팡은 산재를 신청하고 노동현장을 개선시키는 방법 대신 공상처리를 해 현장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상처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계약직 노동자는 기간제 근로계약서와 함께 단체보험 가입 신청서를 작성한다. 상해나 질병으로 본인이 사망했을 때 최대 1억원, 뇌혈관질환진단 때 1천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다.

일용직 쿠팡 노동자 지수민씨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다가 보니 어느날 오른쪽 다리가 저려서 병원에 갔더니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며 “하지만 산재신청을 하는 순간 채용이 거부될 수 있어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기계약직은 회사에서 쉽게 자를 수 없으니 산재신청을 할 수 있겠지만 일용직은 산재신청을 해도 승산이 없을뿐더러 회사가 출근하지 마라고 하면 그냥 끝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노동자들은 자조적으로 우리가 화물보다 못하다고 이야기한다”며 “물건을 배송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배송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으로 쓰고 버리면 되기 때문에 애초 노동자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해야”

코로나19로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난 만큼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5월28일부터 6월1일까지 전국 26개 쿠팡 물류센터를 긴급점검했다. 부천·고양물류센터처럼 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제외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조사는 물류센터 한 곳당 점검시간이 두세 시간에 불과했다. 방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동자 노동환경 조사는 병행되지 않은 것이다.

류호정 의원은 “(쿠팡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해 사업장 기초고용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관계법령 위반 내역, 근로감독 현황, 취업규칙’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는 임금체불로 2018년 세 차례, 지난해 한 차례, 올해 한 차례 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됐다. 2018년 4월과 6월에는 노동부가 수시근로감독을 했고,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위반과 근로기준법 93조(취업규칙의 작성·신고)위반으로 시정지시를 받았다. 노사협의회를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하지만 쿠팡은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물류센터 내 안전보건 환경과 관련한 근로감독은 지금껏 이뤄지지 않았다. 최강연 공인노무사는 “근기법의 기본적인 사안들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지키기 위한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역시 재대로 운영돼 왔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노동자가 죽고 사업장이 폭발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노동부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근로감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다치는데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기적 근로감독 대상의 경우 만약 산재가 많이 발생한다고 판단되면 지청에서 정해 나갈 수 있다”면서도 “7~8월에는 폭염 탓에 제조업과 건설업에 패트롤 점검이 집중돼 있어 아직 물류쪽 점검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후 고민해 볼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코로나19 점검도 하고, 지방관서 감독관들이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관리하고 있어 추이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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