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충엽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4353 임금

1. 사실관계

피고는 초등학교와 방과후 컴퓨터교육에 관한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초등학교에 강사를 보내서 방과후 컴퓨터교육을 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다. 원고는 피고와 1년 단위로 위탁사업자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지정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컴퓨터교육 강사로 근무했다.

원고는 피고에게 약 7년간 방과후 컴퓨터교육 강사로 근무했으므로 퇴직 후에 퇴직급여를 지급할 것을 요청했으나 피고는 지급을 거절하기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2. 대상판결 및 원심판단의 요지

가. 피고는 원고에 대한 원심법원의 근로자 여부 판단에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을 소위 ‘스쿨풀러스 사건(서울고등법원 2014. 6. 17. 선고 2013누29768 판결)’과 비교하며 원심법원의 판단은 위 스쿨풀러스 사건과 상반돼 위법하다는 취지의 상고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이 정한 소액사건에 해당하고 소액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 3조가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사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해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스쿨풀러스 사건과 이 사건을 다르다고 판단한 원심법원의 판단에는 위법이 없음을 확인했다.

나. 원심에서의 쟁점은 원고가 피고 근로자인지 여부였다. 이에 관해 원심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 그러면서 피고의 조직체계, 강사에 대한 교육, 수업과정의 편성 및 시간표의 작성, 교재의 선택 등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 피고에 의해 정해져 있거나 피고가 강사들을 지휘·감독을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근무장소에 대해서도 강사들의 근무 희망학교를 반영해 근무학교를 배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반 근로자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인사희망에 불과하므로 근무장소의 구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강의교재와 비품 등도 원칙적으로 피고가 제공한 것을 사용하며 대체 강사 투입에도 피고가 개입하는 것으로 봐서는 강사들이 자기의 계산에 의한 독립 사업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한 1년 단위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으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계약은 갱신되고 있으며 이 사건 원고의 경우에도 7년 이상 계약을 갱신해 왔고, 피고와 위탁학교와의 운영계약 기간이 종료돼도 일반적으로 강사와 피고 사이의 위탁사업자계약은 연장되는 것으로 봐 근로관계의 계속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강사들의 겸업에 대해서도, 시간제 근로자 특성상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돼 있지도 않으며,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이를 이유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봤다.

3. 평석

가. 소액사건심판법에서의 상고 사유

(1) 소액사건심판법 3조에서는 소액사건에 관한 상고 사유를 제한하고 있다. 3조 소정의 내용에 의하면,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2심 판결에 대해서는 같은 법 3조2호가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 에만 상고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관해 법원은 같은 법 3조2호가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라 함은 구체적인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관해 대법원이 내린 판단과 상반되는 해석을 한 경우를 말하고, 단순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내지 심리미진과 같은 법령 위반 사유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한 법원은 ‘구체적인 당해 사건에 적용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란 구체적인 당해 사건의 사안에 적용될 법령 조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한 정의적 해석을 한 대법원 판례의 판단을 말하고, ‘원심이 상반된 해석을 한다’ 함은 그 법령 조항에 관한 대법원의 정의적 해석과 반대되는 해석을 하거나 반대되는 해석을 전제로 당해 사건에 그 법령 조항의 적용 여부를 판단한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 다만 법원은 예외적으로 위의 같은 법 3조 소정의 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고 사유가 될 수 있는 때를 정하고 있다.

법원이 정한 예외적인 경우란 소액사건에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인데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으로 돼 있는 다수의 소액사건이 하급심에 계속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법원은 이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에 관해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령해석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해 판단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3) 피고의 이 사건 상고이유서에 의하면, 피고는 원심법원이 실체법 해석·적용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을 했으나 사실인정에 있어서 오인 내지 채증법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 의하면 원심법원의 판단에는 실체법 해석·적용에 있어서 잘못이 없으며,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된 때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피고의 상고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나.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 종속적 관계를 판단하는 지표

원심법원은 종합반 학원 강사의 퇴직금 및 해고예고수당 청구 사건(이하 ‘부산학원 사건’)인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을 기초로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자성에 대해 판단했다.

위 부산학원 사건에서 법원은 위의 종속적 관계를 판단하는 지표로는 ①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등 ⑥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⑦ 사회보장제도 등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을 고려한다고 봤다.

다. 강사들의 근로자성 판단

이 사건의 방과후 강사와 유사한 사교육 등에 종사하는 강사들은 일반적으로 학원장 또는 고용 회사의 실질적 지휘·감독을 받으면서도 보수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는 이유로 현실적으로 1년 이상 계속근로 하더라도 퇴직급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원심법원은 강의계획이나 강의내용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은 강사들이 아닌 고용 회사인 피고에게 있다고 봤다. 강의교재와 비품은 모두 고용 회사가 제공한 것을 사용했으므로 강사들이 자신의 계산에 의한 독립 사업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강사들은 일반적으로 소득보전을 위해 겸업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고가 지시한 것에 의한 겸업을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단지 겸업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교육이라는 특성상 강사에 따라 강의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고 강사에게 강의의 재량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강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강사들이 체계화된 조직에 따라 강의를 편성하고 강의 내용을 구성하며 그 조직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강의를 한다면, 이는 그 조직을 위해 ‘강의’라는 특수한 형태의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위탁사업자계약이며 1년 단위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구속될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4. 결론

비록 대상판결은 원심법원의 판단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나 소액사건심판법이 정한 상고사유와 피고의 상고이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대법원은 원심법원의 판단에는 특별한 위법에 없으며, 사실을 오인해 실체법을 잘못 해석·적용했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의 원심판결과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로, 교육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강사들이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부산학원 사건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를 재확인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이 사건 판결로 학교와 방과후교실 위탁사업을 체결한 사업체에 소속돼 방과후 강사로서 방과후교실 강의를 담당한 강사들은 위탁사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임을 최초로 확인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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