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자동차부품업체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이 공장폐업과 사업철수에 반발해 청와대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LED 조명을 생산하는 한국산연 노동자들도 한국공장 청산 결정에 반대하며 경남 마산에 소재한 한국산연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게이츠는 미국게이츠 51%·일본 니타 49% 소유의 합작회사고, 한국산연은 일본 산켄전기가 100% 투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코로나19로 외투기업의 자본철수가 본격화하며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게이츠·한국산연 사업철수
노동자들 고용불안 심화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지회장 채붕석)는 16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지회장을 포함해 5명 조합원이 참여한다. 한국게이츠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제조시설을 폐쇄했다. 지회에 따르면 한국게이츠는 2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이달 31일자로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전 직원 147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지회는 “직원들 평균 근속연수가 22년이다. 반평생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논의도, 설명도 없이 한 장의 공고문을 가지고 해고통보를 했다”며 “51개 거래업체 노동자 6천명가량도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성 참여자 중 한 명인 정아무개(39)씨는 “20년간 일한 곳에서 하루아침에 공장폐업이라니 사실이라 믿기가 어려웠다”며 “그냥 엄포를 놓는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도 모회사 일본 산켄전기가 한국 사업 철수의사를 밝히며 해고 위기에 놓였다. 산켄전기는 9일 홈페이지에 사업 성과 부진과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이사회에서 한국산연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해진 노조 한국산연지회장은 “15일 열린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한국산연도 지난 8일 일본 본사에서 청산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며 “한국사장도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제한 사유에 고용안정 저해 요건 추가
사후관리 강화 필요


다국적기업 본사의 경영방침에 따라 한국 사업장이 느닷없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하는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제는 외투기업의 자본철수에 따른 고용위기가 불거져도 정부가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상 외국인 투자자가 출자한 기업은 조세·현금·입지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외국자본 도입을 목적으로 특혜를 제공해 온 것이다. 하지만 혜택에 비해 투자자유화와 투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철수와 투자금 회수를 제한하는 등 책임을 묻는 제도는 마련되지 못했다.

외투기업 철수로 인한 고용위기와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을 때 철수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지방정부 주도로 사업장 폐쇄와 정리해고 결정에 대한 타당성을 심의하는 지역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타당성이 충분치 않다면 지원받은 혜택을 회수하는 제재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는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국인투자법 투자제한 사유에 고용안정 저해를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미 미국은 엑슨-플로리오법(Exon-Florio Amendment)으로, 독일은 폭스바겐법으로 국가나 지역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사후관리제도 강화도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다국적기업 철수의 영향과 정책 대응방안’에 따르면 “조세지원에 대한 추징규정은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현금지원과 입지지원에 대한 환수규정은 산업통상자원부 공고를 통해서 규정한다”며 “현금지원 환수규정을 입법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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