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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쓰다

기사승인 2020.07.2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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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새길 말이 많아 팻말이 크다. 할 말이 또한 많아, 기자회견이 길다. 그러니 뒷자리 팻말 든 사람들은 오래 벌을 선다. 거기 새긴 말이라곤 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 실시하라, 불법행위 중단하라 같은 것이었는데, 상식에 드는 뻔한 말을 재차 하느라 마이크 든 사람들 목에 핏대가 선다. 팻말 든 사람들 팔을 덜덜 떤다. 기어코 노동청 앞에 천막이 섰고, 익숙한 몸짓 사람들이 제집인 듯 거기 들어 산다. 전에 쓰던 천막이었는데, 거기 붙어 닳고 닳아 물빠진 선전물을 떼지 않아도 됐으니, 부쩍 수월했다. 오래전 말을 지금 다시 하느라 사람들은 천막 짓고 농성한다. 익숙하다고 편안한 일은 아닐 테니, 할 말 많은 죄로 사람들은 오늘 또 커다란 팻말 들고 버텨 오래도록 벌쓴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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