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0. 4. 9. 선고 2019구합68480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대상판결의 쟁점과 판단 요지

대상판결의 쟁점은 첫째, 어린이집 원장인 사용자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인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권해 달라고 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였다. 둘째, 사용자가 조합원에게 한 발언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였다.

대상판결은 첫 번째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노동조합의 탈퇴를 권고·요구하는 행위는 노동조합의 조직에 대해 간섭·방해하는 행위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이때 사용자가 제3자를 통해 근로자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권고·요구하거나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탈퇴를 원하는 사용자 의사를 전달한 경우에도 사용자의 행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는 이상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사용자)가 2018년 8월20일께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인 조합원)에게 노동조합에서 탈퇴할 것을 권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과 학부모 운영위원장이 ○○○에게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부탁을 받은 사실을 전달했음을 앞에서 봤다.

여기에 위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위와 같은 부탁을 한 이유는 사용자인 원고가 직접 노동조합 탈퇴 권유를 할 수 없어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통해 ○○○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기 위함이었던 점 ② 원고는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보육교사들의 참가인(노동조합) 가입 사실과 함께 보육교사의 노동조합 탈퇴 필요성 등에 관한 의견도 피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원고에게 ‘더 이상 원고와 사이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말해 원고의 위 부탁을 완곡히 거절했으나, 노동조합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에서 탈퇴하기를 희망하는 원고의 의사를 ○○○에게 그대로 전달한 점 ④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의 노동조합 탈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 원고의 부탁이 없었다면 ○○○에게 노동조합 탈퇴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해 보면 원고가 학부모 운영위원장에게 ‘○○○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권해 달라’는 말을 해 학부모 운영위원장으로 하여금 ○○○에게 원고의 위와 같은 의사를 전달하게 한 것은 노동조합의 조직에 대해 간섭·방해하는 행위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대상판결은 두 번째 쟁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원고가 ○○○에게 참가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구체적으로 표명하고 ○○○가 참가인을 탈퇴하도록 종용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중략) 단체교섭·쟁의행위 등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활동에 관한 발언은 사용자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고 그 의견을 표명할 자유도 비교적 넓게 인정돼야 할 것이나, ‘노동조합의 조직 및 운영’에 대한 것은 사용자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고 사용자의 의견 표명의 자유보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원고가 ○○○의 ‘노동조합 가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한 것은 모두 ‘노동조합 조직’에 대한 의견 표명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위협이 된다.”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규율 취지와 노조 조직에 개입한 부당노동행위

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의 법적 성질

헌법 33조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노동 3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다시 말하면 근로자는 노동조합과 같은 근로자단체의 결성을 통해 집단으로 사용자에 대항함으로써 사용자와 대등한 세력을 이뤄 근로조건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근로 3권은 ‘사회적 보호 기능을 담당하는 자유권’ 또는 ‘사회권적 성격을 띤 자유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근로 3권의 성격은 국가가 단지 근로자의 단결권을 존중하고 부당한 침해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보장되는 자유권적 측면인 국가로부터의 자유뿐이 아니라, 근로자의 권리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해야 할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근로 3권의 사회권적 성격은 입법조치를 통해 근로자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에 있다. 이는 곧 입법자가 근로자단체의 조직, 단체교섭, 단체협약, 노동쟁의 등에 관한 노동조합 관련법의 제정을 통해 노사 간 세력균형이 이뤄지고 근로자의 근로 3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와 법규범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해 사회권적 성격을 띤 자유권이라고 봤다[헌법재판소 1998. 2. 27. 선고 94헌바13·26, 95헌바44(병합) 결정, 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헌바9 결정].

나. 노동 3권 보장으로서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규율

자유권의 측면에서 노동 3권은 근로자의 노동 3권 행사에 대한 민·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고, 노조의 조직·운영이나 단체교섭 또는 단체행동을 특별히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제한·금지하는 입법이나 행정조치는 위헌·무효가 된다. 사회권의 측면에서 노동 3권은 국가가 그 정책목표인 집단적 노사자치를 허용·조성하기 위한 입법조치를 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면서 그와 같은 입법을 수권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는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 이행으로 규정된 것이다.

다. 노조 조직에 대한 개입, 가장 원초적이고 본래적인 지배·개입 양상

노조 결성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억제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래적인 지배·개입의 양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조 결성에 대한 비난 또는 결성 포기의 설득, 회유 또는 강요나 협박, 노조 결성의 중심인물에 대한 해고·전근 그 밖의 불이익취급, 노조 창립총회의 감시·방해 등 다양한 형태의 부당노동행위가 상정될 수 있다. 노조가 결성된 이후 여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할 것을 권고·요구하거나 불이익의 위협 등으로 압박하는 행위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서울행정법원 2002. 7. 11. 선고 2001구52243 판결은 소속 근로자들이 노조 지부에 가입한 직후 전 직원을 소집해 노조 탈퇴원서를 작성하도록 설득한 사례에서 노조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한 바 있다.<각주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직접 근로자에게 노조 탈퇴를 권고·요구하지 않고 3자를 통해 위와 같은 권고·요구를 한 경우에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의의가 있다. 노조법 81조1항에는 부당노동행위 주체가 “사용자”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형법상 처벌되지 않는 자를 교사해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 간접정범으로 처벌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3자를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 경우에도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법리를 확인했다.

둘째,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의견 표명의 자유’와 ‘노동 3권과의 관계’에서 ‘노동조합의 조직 및 운영’에 대한 것은 사용자의 의견 표명의 자유보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사용자 의견 표명 자유의 한계를 설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각주
1) 노동법실무연구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주해 Ⅲ> 박영사, 2015. 4, 8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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