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홈페이지 갈무리

KT가 허가도 없이 전체 직원에게 사내메일을 뿌렸다며 발송된 메일을 삭제하고 발송자에게 인사경고를 내려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무단 메일 삭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KT 노동자 모임인 KT민주동지회는 구현모 KT 사장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29일 밝혔다.

삭제된 메일은 지난 9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발송됐다. 발송자는 KT 노동자인 장아무개 과장이다. 5월부터 7차례에 걸쳐 사내메일 시스템을 활용해 전체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KT는 규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KT의 e메일서비스 운영 정책을 보면 노동자는 회사의 사전승인 없이 다수 불특정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량 메일을 발송할 수 없다. 업무와 무관한 단체 메일 발송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차 경고를 하고, 다시 어기면 3개월간 메일 발송을 제한한다. 그러나 규정 어디에도 발송한 메일을 삭제하는 조처는 담겨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사내메일이라고 할지라도 이메일을 노동자 동의 없이 삭제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 49조·통신비밀보호법 3조·형법 316조 위반”

이메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전기통신물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3조 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규정을 통해 이메일의 무단 열람과 삭제를 금지한다. 업무용 사내메일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이메일에 대한 접근권한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동의를 얻어야 한다. 비밀 등의 보호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49조는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전송되는 타인 정보를 훼손하거나 비밀을 침해·도용·누설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형법 316조는 비밀침해를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KT의 이메일 무단 삭제는 노조활동 방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루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발송자가 노조원이고, 메일의 내용도 노조 선거에 회사의 개입을 근절해야 한다는 노조활동에 관련한 내용”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열람하고 삭제까지 한 것은 노조활동에 개입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메일은 KT가 앞선 노조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들이 이 같은 사용자쪽 행위를 감시하고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노조 선거에 사용자쪽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한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사용자쪽에 문책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KT “업무와 무관한 단체 메일은 규정상 금지” 삭제 인정

KT도 장 과장이 발송한 메일을 삭제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전산상 삭제가 아닌 발송된 메일을 ‘회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업무와 무관한 대량의 메일이 발송돼 사내메일 서버에 과부하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회수했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괄삭제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사한 사건은 삼성전자에서도 있었다. 삼성전자노조가 1월 두 차례에 걸쳐 발송한 노조 가입 독려 메일을 사용자쪽이 발신 취소했다. KT와 마찬가지로 업무와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규정상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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