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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없다

기사승인 2020.08.0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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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등껍질 같은 가방을 멘 라이더는 토끼처럼 빨라야 했다. 재빨리 눈을 굴려 콜을 확인해야 했고, 밥이 식기 전에 자전거와 오토바이 타고 내달려야 했다. 신호등 붉은빛은 밥 식는 신호였고, 평점 깎이는 표시였다. 차와 차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좁은 틈이 갈 길이었고, 살길이었다. 세차게 쏟아지던 장맛비 속에서도 페달 질을, 액셀러레이터 당기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국이 식기 전에, 아이스아메리카노 얼음이 녹기 전에 가야만 했다. 넘어지면 국물 걱정, 일어나면 시간 걱정, 다치면 치료비 걱정을 했다. 새빨간 떡볶이 국물 같은 피가 흘러도 떡이 붇기 전에, 튀김이 눅눅해지기 전에 목적지에 가야 했으니 그들은 거북이 등 짐 지고 내달렸다. 그러는 사이사이 배차 기회를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살펴야 했다. 배터리는 빨리 닳았다. 보조배터리 크고 묵직한 것을 밥 가방 한구석에 넣고 긴 줄로 연결해 충전해 가며 살펴야 했다. 충전 선이 곧 밥줄이었다. 그러니 그는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자리에 서서도 그 줄을 치렁치렁 달고 있었다. 할 말을 그 끝 스마트폰에 적어 읽었다. 플랫폼이니, 4차 산업이니 하는 수익 모델은 빠르게 발전하는가 본데,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움직임이 느렸다. 발전이 없다. 3일이면 나올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기 위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를 그들은 걱정했다. 기자회견이 끝났고 털털거리던 발전기가 멈췄다. 라이더는 잠시 내려둔 밥 가방을 다시 멨고, 충전선 길게 늘어진 스마트폰을 살피느라 거기 노동청 앞 화단 턱에 한동안 꾸부정히 앉았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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