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여년간 은행 점포 830곳이 폐쇄됐다. 점포 폐쇄가 본격화한 2012년부터 따져보면 올해 3월까지 1천7곳이 문을 닫았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최근 10년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12곳의 점포가 830곳 줄었다.

2일 <매일노동뉴스>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은행 12곳 점포는 2009년 12월 5천499곳에서 올해 3월 4천669곳으로 줄었다. 점포가 가장 많았던 2012년 12월(5천676곳)과 비교하면 1천7곳이 사라졌다. 평균적으로 매년 100곳 이상의 점포가 폐쇄된 것이다.

은행 점포는 금융위기 뒤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12월 5천499곳, 2010년 12월 5천533곳, 2011년 12월 5천606곳, 2012년 12월 5천676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듬해 12월 5천570곳으로 106곳 감소하면서 본격적인 점포 폐쇄가 시작됐다. 당시 모바일뱅킹이 본격 도입된 것과 관련이 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뱅킹이 활성화하고 거래량이 늘면서 점포 내방객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점포 이익이 감소한 게 점포 폐쇄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 은행권 통폐합도 영향을 줬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법인인 KEB하나은행이 출범했다. 당시 하나은행 점포는 607곳, 외환은행 점포는 345곳이었는데 합병법인 KEB하나은행은 935곳으로 몸집을 줄였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863곳, 2017년 776곳, 2018년 754곳, 2019년 725곳으로 지속적으로 점포를 감축했다. 올해 3월 KEB하나은행 점포는 701곳이다. 통합 5년 만에 점포 235곳이 문을 닫았다. 단일 은행으로는 최대규모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점포 183곳을 폐쇄했고, SC제일은행은 176곳을 줄였다. 신한은행(51곳)과 우리은행(28곳) 역시 추세를 따랐다.

이와 달리 지방은행은 점포를 늘리고 있다. 경남은행은 10년간 36곳을 늘렸다. 대구은행은 18곳을 늘렸고, 부산은행·전북은행도 각각 17곳을 늘렸다. 광주은행은 점포를 9곳 더 열었다. 제주은행만 4곳이 줄어들어 대비를 이뤘다.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금융 확대로 점포 줄이기가 가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전환 전략은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뚜렷한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폐쇄하는 명분으로만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점포 폐쇄가 계속되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점포 폐쇄에 뒤따라 인력을 구조조정을 하자는 요구가 나올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며 “잇단 점포 폐쇄로 도리어 일선 점포에서는 내방객이 늘어 업무량이 증가했고,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가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데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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