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 노동자 A(37)씨는 12년간 소속 업체 이름이 4번 바뀌었지만 용접사로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했다. 고용은 무리없이 승계됐고 근속년수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지난달 24일 A씨가 소속된 ㈜서진이엔지가 노사협의회 도중 폐업과 해고를 통보하며 12년 만에 처음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를 느꼈다. A씨는 “임금도 오르지 않고 노동조건도 열악해 노조에 가입했는데 완전히 폐업을 시켜 버리니까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진이엔지가 생산물량 감소를 이유로 폐업과 전 직원 6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4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3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의 여름휴가 기간도 반납했다.

서진이엔지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생산물량 감소가 작년 생산 대비 10% 이상 발생했다”며 이달 24일부로 폐업과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할 방침이다. 지회는 지난해 집단 노조가입과 단체교섭에 대응하기 위한 ‘노조 길들이기’ 차원의 위장폐업이라고 보고 있다. <본지 2020년 7월29일자 3면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 서진이엔지 위장폐업 논란’ 참조>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조합가입 대상이 아닌 관리자·계약직을 제외한 40명 중 30명이 지회에 가입했다. 지회에 따르면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5년차까지 최저시급을 받고 이후에도 큰 폭의 임금인상 없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 노동자로 17년간 일한 B(42)씨는 조장 직책수당을 포함해 시급 1만1천원을 받고 있다. B씨는 “용접한 부위의 결함을 제거하는 가우징 등 기피 업무를 맡고 있는데도 최저임금 수준만 받는다”며 “노동조건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자는 마음에서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상견례 이후 교섭해태로 일관해 온 회사가 지난 2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중지 결정 이후로 의도적 물량감소를 지속하며 업체 폐업에 나섰다는 게 지회 주장이다.

지회는 실질적 책임자인 원청이 고용승계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고용승계 문제가 해결되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에 조금 더 가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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