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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가 쏘아 올린 논쟁 “공채는 공정한가요”

기사승인 2020.08.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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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채용, 지원자 간 상대적 공정성 확보 … 대졸학력자 중심 과도한 스펙 경쟁 야기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생명·안전을 담보하는 업무를 수년간 담당한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과연 불공정할까.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촉발한 채용 공정성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6월23일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멈춰 달라는 국민청원에 35만2천266명이 동의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은 공사 정규직은 지난 1일 ‘공정문화제’를 열었다. 공사 정규직과 취업준비생 등 1천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공정송>을 부르며 보안검색 노동자 1천902명의 정규직 전환은 불공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채를 거치지 않고 채용됐다가 정부방침에 따라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는 게 부당하다는 얘기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공부하고 각종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인 취준생들은 허탈감을 호소한다.

반면 보안요원들은 수년간 자질을 검증했기 때문에 고용불안에서 벗어나는 게 공정이라고 맞선다. 김대희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 위원장은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입사한 뒤 역량 교육을 이수하고 수년간 근무해 왔다”며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게 공정 아니냐”고 강조했다. 공채만을 공정성의 잣대로 삼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얘기다

채용시장, 대규모 공채에서 역량 중심 수시채용으로 선회 중

최근 채용시장은 한날한시에 치르는 공채 방식을 벗어나 역량을 중심으로 한 수시채용으로 선회하고 있다. LG그룹은 올해 하반기부터 채용 방식을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하반기부터 상시 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전체 신입사원 중 70%를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하기로 해 직무경험의 비중을 높였다. 이 밖에도 산학협력과 공모전 등 다양한 채용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직무 중심의 수시 채용을 도입했고, SK그룹도 올해부터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정기 공채를 없앨 전망이다. KT는 지난 3월 공채를 폐지했다.

핵심은 역량이다. 공채를 통해 선발한 신입사원의 역량과 실제 현업의 역량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특성상 공채를 폐지하기 어려운 공기업은 NCS를 채용 과정에 도입하고, 블라인드채용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스펙의 영향을 배제한 지원자 역량평가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채용시장 변화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공채를 축소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준생의 취업준비가 더 어려워져 공무원시험으로 쏠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고시와 전문직 등을 포함한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 학생) 규모는 약 29만7천명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최대 46만명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대졸학력 대규모 채용하는 공채, 취약계층에는 “매우 불공정”

공채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진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인적자원개발)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국내 정서상 인사채용 과정에서 친인척이나 관력의 청탁으로 인한 부정 소지가 있다”며 “공채제도가 이를 어느 정도 방지하는 기능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공채를 통해 인력을 확보해 유연하게 필요한 분야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수시채용에 비해 선발 과정에 들이는 비용이 저렴하다.

단점도 크다. 대졸학력자를 채용하는 선발 과정이라 과도한 경쟁을 야기한다. 직무가 아닌 기업규모에 따라 임금이 책정돼 대기업에 구직자가 몰리는 편중현상도 나타난다.

무엇보다 적확한 역량을 평가하기 어렵다. 이진구 교수는 “대규모 공채 시스템에서는 직무 지식이나 경력을 평가하기보다 일반적 역량과 잠재력을 평가할 수밖에 없어 지원자의 직무역량 평가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원자의 역량과 현업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 교수는 “공채제도의 특성인 일률선발·일괄배치로 직무적합성이 일치하지 않아 조직부적응으로 인한 조기퇴직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직무적합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훈련으로 인해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하고, 공채제도로 인한 순혈주의와 경쟁문화 형성 등 다양한 문제가 지적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공채제도가 실제 계층별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송명숙 진보당 공동대표는 “취약계층일수록 공채를 준비하는 시간과 비용이 부족해 생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이들에게 높은 준비비용과 긴 기간을 요구하는 공채제도는 매우 불공정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대학에 가기 어렵거나,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취약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역량 중심 채용 한다는 NCS, 공기업 채용전형으로 전락

정부는 이 같은 채용시장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NCS를 도입했지만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역량과 직무를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채용시장에 뛰어들어 과도한 스펙경쟁을 막겠다는 의도지만 민간기업으로 확산이 느리고, 공공부문에서도 필기시험 역할에 그치고 있다.

NCS는 박근혜 정부가 약 544억원을 들여 개발을 시작했다. 2013년 능력중심 사회를 위한 여건 조성 핵심국정과제로 확정해 개발을 시작했고 2016년 897개 NCS를 개발했다.

그러나 활용은 일부에 그친다. 정부의 적극적인 요구로 공기업 등이 NCS를 채용 과정에 도입했으나 인·적성 검사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공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NCS를 기반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대항상공회의소 등이 시험을 대행하는 정도다.

출산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채아무개(34)씨는 “채용전형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기존 영어 등 스펙에 NCS가 더해져 공채를 준비하는 부담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시중 학원가에서는 NCS를 기반으로 한 채용시험 준비 인터넷 강의와 교재 판매만 성행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NCS를 기반으로 국가 학·석·박사 학위에 대응하는 한국형 국가역량체계를 구축할 방침이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재 jael@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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