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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무기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삼성전자는 교섭을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기사승인 2020.08.1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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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 “회사가 유불리 해석해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제도 … 바꾸거나 없애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성 의혹과 노조탄압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삼성전자에 2020년 단체협약·2021년 임금협약을 위한 교섭을 요구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회사와 단체교섭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교섭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법률상 문제 탓에 교섭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노조는 교섭할 의지가 있다는 삼성전자 설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노사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있다. 제도가 복잡하고 모호하니 해석을 둘러싼 노사 이견이 생기고, 의견 일치를 이루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어떤 회사에는 교섭 해태의 빌미를 주기도 한다.

‘삼성 반노조 경영’ 논란도 창구단일화 제도 한계에서 비롯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는 창구단일화를 전제하고 교섭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개별교섭이 진행 중인 사업장에 신설 노조가 생길 경우 교섭요구 절차에 관한 내용은 정하지 않았다. 입법 미비다. 결국 노사는 신설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가 회사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시기인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두 달의 시간을 허비했다. 노동계에서는 불필요한 노사·노노 갈등을 일으키는 창구단일화 제도를 개편하거나 나아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별교섭 상황 규정 않는 노조법”

삼성전자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회사는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와 2019년 임금·단체협약과 2020년 임금협약이 진행 중이다. 2018년 9월 교섭이 시작된 이래 회사는 어떤 노조와도 아직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노조법과 관계법령은 교섭대표노조를 중심으로 교섭절차를 규정한다. 개별교섭과 무단협 사업장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신설노조이자 창구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언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 삼성전자는 2018년 9월과 2019년 12월 각각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와 개별교섭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교섭대표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교섭을 1년간 체결하지 못했을 경우 다른 노조가 다시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는 지위 유지기간이 있는데 무단협 사업장이 개별교섭을 할 경우 개별교섭 지위 유지에 관한 기간이 전혀 법에 나와 있지 않다”며 “(단체협약 유효기간 등) 도래하는 일정이 있다면 그 일정에 맞춰 (창구단일화 절차나 노사 합의로 개별교섭을) 진행하면 되는데 그런 게 없다 보니까 이게 법 위반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개별교섭에 관한 규정은 노조법 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뿐이다. 교섭대표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기한(14일) 내 사용자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한 경우 개별교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0(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 등) 3항은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부터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경우 어느 노조든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개별교섭 노조에 해당하는 조항은 아니다.

“체결이 예정된 임금·단체협약 기준으로
교섭 요구하라는 노동부”


한국노총은 지난 6월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가 전국삼성전자노조와 사측이 교섭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가 있다면 교섭이 가능한지” 질문했다. 이에 노동부는 “개별교섭 중인 노사 모두 진행중인 단체교섭(임협 포함) 이외에 2020년 단체협약 및 2021년 임금협약을 별도로 체결할 의사가 합치한다면 체결된 임금·단체협약이 없더라도 창구단일화 절차를 개시해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체결이 예상되는 단체협약(임협 포함) 중 먼저 도래하는 유효기간의 만료일을 기준으로 교섭요구 가능시점(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이 되는 날부터)을 산정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 6월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가 개별교섭 중인 안건과 구분되는 2020년 단체협약과 2021년 임금협약을 회사에 요구했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에서 단체교섭 효력이 2018년 9월 개별교섭 결정일부터 2년이라는 점과 4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의 개별교섭에 동의한다는 문서도 받아 삼성전자에 제출했다. 2018년 1차 창구단일화 절차를 통해 진행된 2019년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교섭 시작일부터 2년으로 하는 것에 노사가 합의하면, 가장 먼저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단체협약의 만료일이 2020년 9월이 된다. 노동부가 얘기한 ‘교섭요구 가능시점’은 올해 6월인 셈이다. 물론 이후 창구단일화 절차를 다시 한번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 모두 창구단일화 절차에 동의할 경우, 사측의 동의 여부에 따라 개별교섭 혹은 교섭대표노조와의 교섭이 이뤄질 수 있다.

진창원 삼성전자노조(동행)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다시 거치더라도 전국삼성전자노조가 교섭에 참여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최대한 많은 노조가 교섭에 참여해야 노동자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도 삼성전자노조(동행)처럼 교섭창구단일화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두 차례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개별교섭 참여와 2019년 단협 유효기간 만료일을 올해 9월로 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전국삼성전자노조 교섭? 삼성전자 손에 달려”

하지만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가 창구단일화 절차에 동의한다고 해도 복병은 남아 있다. 삼성전자가 두 노조와 달리 2019년 단체협약 만료일을 2020년으로 합의하지 않을 경우다. 노동부 관계자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노사가 합의해 정해야 한다”며 “단협 유효기간에 관한 노사 의사가 합치된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3개월이 되기 전 시점부터 교섭요구를 해 창구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교섭 개시가 회사 손에 달린 것이다.

김동준 공인노무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이미 교섭을 하고 있는 단협(임협 포함) 체결이 안 되면 신설노조는 교섭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삼성전자와 노동부는 입법 미비를 무기로 전국삼성전자노조의 노동 3권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노무사는 “개별교섭 동의 방법(서면 여부), 동의 주체(참여한 모든 노조 및 사용자가 해야 하는지 여부), 동의 효력기간(어떤 교섭, 1년 등의 기간), 동의 후 파기시 효력 등에 관해 규정하는 법령이 없다”며 입법 보완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ㄱ씨는 “노동부 회시내용의 마땅한 법적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부 질의회시는 기본적으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와 유효한 단협이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 같은데 복수의 노조가 개별교섭을 할 때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므로 그 지위를 보장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단체협약이 체결돼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교섭요구 시점을 제한할 마땅한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임단협 체결이 계속해서 이뤄지지 않거나, 노사가 교섭 유효기간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교섭은 영영 불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노동부 관계자는 “회사가 임금을 매년 3월부터 2월까지 1년 단위로 결정해 왔다고 들었다”며 “그 기준대로면 12월 교섭부터는 임금교섭 요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측은 “회사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교섭을 할 것”이라며 “회사가 교섭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창구단일화 제도 폐지가 답” 주장도

창구단일화 제도 폐지가 문제해결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창구단일화 제도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으로 교섭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을 막고 사업장 내 통일성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겠다며 2010년 1월 개정된 노조법에 반영돼 이듬해 7월 시행했다.

노동계는 하지만 창구단일화 제도가 노동자 기본권 침해, 노조탄압의 도구로 쓰인다고 비판한다. 회사가 창구단일화 제도를 교섭해태 전략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옛 삼성일반노조)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1년 복수노조 설립 허용 직후 삼성에 지회가 설립신고를 했는데, 회사는 친기업 노조인 삼성에버랜드노조와 6월30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근거로 삼성은 2년 동안 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고 삼성은 주장했다. 삼성지회는 현재도 교섭에 참여하지 못한다. 회사가 친기업 노조가 과반수노조인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통한 교섭을 선택하고, 친기업 노조가 소수인 경우 개별교섭을 선택해 노조의 힘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창구단일화 제도는 사용자가 주도하도록 설계돼 있어 사용자가 유불리를 계산해 자의적으로 제도를 해석하고 교섭을 지연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데, 그 위험부담은 모두 노동조합 몫이다”며 “삼성은 노조를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창구단일화 제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기존 노사관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노동부도 삼성 입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2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을 하려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도록 강제한 노조법 29조의2가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4월에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을 스스로 바로잡을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한국노총이 제기한 창구단일화 제도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제도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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