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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보건법 개정안 ‘반쪽 토론회’

기사승인 2020.08.1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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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교사와 학교 행정직원 사이 오래된 갈등 … 인력 부족이 원인

   
▲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학교보건법 일부개정안 토론회에서 전국 시·도 교육청공무원노조 참가자들이 허종식 의원에게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데모하러 왔어? 토론하시라잖아!”

“사전에 의견 한 번도 안 물어보고 법안 발의하더니 그래 놓고 (토론회장) 떠나는 거야? 지금?”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2세미나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학교보건법 개정안 토론회 자리에서 허종식 의원측과 전국 시·도 교육청공무원노조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교육청공무원노조는 “시작부터 입을 막는 게 어딨냐”며 퇴장했다. 토론회에 참여할 예정이던 전국보건교사노조·㈔보건교육포럼·교사노조연맹·전교조 보건위원회 위원들은 교육청공무원노조가 퇴장한 토론회장에서 발언을 이어 갔다. 토론회는 허종식 의원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보건교사가 맡고 있는 학교시설환경위생관리업무가 보건교사의 고유 업무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학교시설환경 위생관리 업무
보건교사가 담당하고 있지만…


현재 학교시설환경위생관리업무는 보건교사가 맡고 있다. 법 해석에 따른 것이다. 학교보건법에서는 학교장에게 학교 환경위생과 식품위생 유지·관리 및 개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에 소속 교직원 중 환경위생관리자에게 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업무에 환경위생과 식품위생 유지·관리업무를 포함했다. 환경위생은 환기·채광·조명·온도·습도 조절, 유해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예방 및 관리, 상하수도·화장실의 설치 및 관리, 오염공기·석면·폐기물·소음·휘발성유기화합물·세균·먼지 등 예방과 처리다. 식품위생 업무는 식기·식품·먹는 물 관리 등이다.

보건교사들은 학교시설의 환경위생관리업무가 아니라 학생 건강관리와 보건교육 주된 업무라고 주장해 왔다. 지은숙 전교조 보건위원장은 “환경위생관리가 보건교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20조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의 교육에, 행정직원은 학교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전교조는 “2007년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학교환경위생관리자가 ‘직원’에서 ‘교직원’으로 바뀐 이후 행정직원과 교사 간 갈등이 심화됐다”며 “행정직원은 그 밖의 사무에 해당하는 환경관리에 전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종식 의원 법률안 개정안 발의에
풍선효과 우려하는 교육청공무원노조


허종식 의원이 지난달 21일 발의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시설환경위생에 관한 업무를 관리하는 자를 행정직원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보건법에 4조의4(시설환경위생관리인의 지정 및 교육)를 신설해 “학교의 장은 4조에 따라 학교시설에서의 환경위생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소속 직원 중에서 시설환경위생에 관한 업무를 관리하는 자(시설환경위생관리인)를 지정해야 한다”는 문구가 개정안에 들어갔다.

허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법률적 공백을 지적한다. 코로나19로 공기질·수질 같은 학교의 시설환경 위생의 유지·관리·점검이 중요해졌는데 현행법은 이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을 지정하지 않고,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육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쟁점은 ‘직원’이라는 단어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3조의3은 학교의 장이 환경위생관리자를 교원과 직원을 모두 이르는 ‘교직원’ 중에서 결정하도록 하는데, 상위법인 학교보건법에서 환경위생관리자를 ‘직원’으로 한정하면 보건교사 업무가 행정직원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토론회에서 발언할 예정이었던 진영민 경남교육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9일 “코로나19로 학교보건환경관리의 비중이 높아지고, 전문적인 보건조직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시설관리에 보건위생환경을 엮어 업무를 떠넘기는 것은 국민보건위생환경을 포기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두 직군 모두 인력부족 호소
“필요하다면 새로운 직군 만들어야”


갈등의 골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교사와 교육청공무원노조 모두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 전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에서 받은 시·도 보건교사 배치율을 보면 경기(100.9%)·서울(99.9%)·부산(99.4%)·대구(99.6%)·광주(99.1%)·인천(92.1%)·세종(93.2%)은 90%를 넘어섰지만 강원(60.7%)·충북(64.6%)·충남(66.3%)·전북(61.0%)·전남(58.4%)·경북(66.0%)·경남(64.5%)·제주(64.4%)는 60%대에 머물렀다. 학교보건법은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배치하도록 규정하지만 규모가 작은 학교에는 ‘순회 보건교사’를 둘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2018년 기준 2천300여개 학교에는 보건교사가 없다. 보건교사들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업무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진영민 위원장은 “학교에서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최소 1명, 최대 4명이 근무하는데 이들이 학교의 포괄적 업무를 수행한다”며 “일이 생기면 규정은 강화되는데 행정실 지방공무원 인원은 늘어나지 않아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보건교사와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은 보건행정직을 신설해 이 업무를 전담하게 하자는 안에는 동의했다. 토론회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는 한 학교 행정실장은 “보건행정직을 추가 채용해 이 일을 담당할 인력이 생긴 뒤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교육포럼 관계자는 “보건행정직을 별도로 둬야 한다는 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허종식 의원은 “필요하다면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야 한다”며 “(업무를) 누구에게 떠넘기겠다거나, 어느 한쪽을 괴롭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세웅 imsw@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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