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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낙인과 성희롱, 이중고 시달리는 여성 타투이스트

기사승인 2020.08.1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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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투 크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환불 요구, 거절하자 경찰에 신고

   
▲ 타투이스트 ‘플라워’ 성소민씨가 작업한 타투. <성소민 타투이스트>

#1. 제주도에서 타투이스트(문신사)로 일하는 ㄱ(31)씨는 지난해 10월 불법으로 타투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2018년 5월 반려견과 꽃을 새긴 고객이 “타투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환불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도안을 시술 부위에 전사해 크기와 위치를 확인하는 등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친 뒤 작업을 했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라 판단했다. 환불을 거부당하자 이 고객은 곧바로 경찰에 ㄱ씨를 신고했다.

#2. ‘플라워’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성소민(27)씨는 6년 전 타투 일을 시작할 때부터 여성 고객만 받기로 했다. 첫번째 고객과의 ‘찜찜한’ 기억이 영향을 미쳤다. 예약시간을 세 차례 늦춰 자정께 시술을 받겠다고 한 고객의 요구에 성씨는 늦은 밤 남성과 단둘이 작업실에 남게 될 것이 우려됐지만 “첫 작업이 소중해 손님의 요구를 다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성씨 ‘스승’이 함께 작업실에 남아 별 탈 없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꺼림칙한 기억으로 남았다. 성씨는 현재 서울 마포구에서 여성 전용 타투숍을 운영 중이다.

최근 여성 타투이스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타투 시술이 불법이라는 현실은 바뀌지 않아 신고 협박·성희롱 같은 괴롭힘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가 시술을 할 수 없다는 현행법상 지위와 여성이라는 사회적 시선이 더해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합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투 종사자 22만명인데 다수 전과자 전락
여성 타투이스트에게 SNS로 성기사진 보내는 남성들


9일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 타투 시술 종사자는 약 22만명이다. 타투이스트가 2만여명, 반영구 화장 종사자가 20만여명이다. 시장규모가 2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타투는 이미 대중화돼 있지만 타투이스트들은 여전히 제도권 바깥에 놓여 있다. 대법원이 1992년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면서 비의료인이 하는 타투 시술은 불법이 됐다. 의료법 27조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보건범죄단속법) 5조 등에 의해 의사면허가 없는 타투 시술은 단속 대상이다.

타투이스트가 불법시술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부 소비자는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시술을 받은 뒤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식이다. ㄱ씨는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데다 여태까지 해 온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며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전과자가 된 게 억울해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접촉을 해야 하는 탓에 여성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타투숍이 밀집해 있는 홍대 지역은 간판을 내걸고 작업을 하는 곳도 많지만 서울 강남지역은 오피스텔에 숍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불을 손님 눈에 띄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철저히 작업공간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업사진을 올리고 예약문의 등 고객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공개된 카카오톡 아이디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남성이 성기사진을 보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은다.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타투이스트 ‘플라워’ 성소민씨 작업실. <어고은 기자>

타투유니온지회 노동·성평등교육 진행
“합법화하면 소비자도 안전”


여성 타투이스트들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미대를 졸업한 뒤 타투이스트로 편입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세밀한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린 ‘코리아 스타일 타투’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타투 트렌드가 변화한 점도 이러한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13년째 타투이스트로 일한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은 “2006~2007년 당시만 해도 여성 작업자를 찾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타투유니온지회 조합원 약 400명 가운데 64.6%가 여성이다.

여성 작업자들은 늘어나는데 취약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은 바뀌지 않아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투유니온지회는 법률적 지원과 노동·성평등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타투예술문화교육센터’를 설립해 28일 처음 40~50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근본적으로는 ‘일반 직업화’를 위한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 성희롱과 협박 같은 범죄에 당당히 대응하려면 불법이라는 굴레부터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17·18·19·20대 국회에서 타투를 합법화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을 비롯한 관련법안이 발의됐지만 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통과가 번번이 무산됐다. 타투유니온지회는 “(20대 국회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문신사법에 적시된 학력 제한이나 학원 수료 부분을 삭제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방식인 단순 교육 이수를 통한 자격 부여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타투의 합법적 관리를 위한 관련법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 직업화는 타투이스트와 소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도윤 지회장은 “소비자들도 본인들이 받아야 될 보호를 작업자 양심에 맡겨야 되는 상황”이라며 “합법화되면 타투이스트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안전하게 타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고은 ag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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