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양성윤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5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헌법재판소가 옛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호를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도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소급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양 전 위원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양 전 위원장은 2015년 3월 서울 여의도에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주관한 결의대회에 참가해 사전에 경찰에 신고한 장소를 벗어나 행진했다가 여의대로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해 5월 국회 정문 앞 도로에서 열린 ‘공무원연금개악 저지 투쟁 결의대회’ 집회에서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는 무죄, 집시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양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집시법 11조1호는 국회의사당 경계에서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했다.

그런데 2심 판결을 앞둔 2018년 5월31일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11조1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험 상황이 구체적이지 않을 때도 예외 없이 국회의사당 인근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판결이다. 헌법불합치는 특정 법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더라도 법의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이 개정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2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소급해 적용해야 한다”며 1심을 뒤집어 양 전 위원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지 않은 변형된 형태지만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며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해당 조항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므로 법원은 그 조항이 적용돼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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