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근 잇단 마필관리사의 죽음에도 사용자쪽이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어 논란이다.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는 지난 8일 ‘최근 마필관리사 사망과 관련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언론에 배포하고 “죽음의 원인이 조교사의 질책이나 업무와 연관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교사협회는 한국마사회의 위탁을 받아 마필관리사를 채용하고 관리한다. 마필관리사의 하청 사용자다.

조교사협회는 입장문에서 지난달 21일 사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아무개(33)씨를 언급하며 “이혼” 같은 가족사를 강조했다. 협회는 “유족들도 유서 공개를 원치 않았고 협회도 가족과 관련한 사망사유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은 망자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판단해 자제했으나 마필관리사노조 서울지부의 요청에 따라 유서 전문이 아닌 회사와 관련한 일부만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유서의 일부만 발췌해 회사에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인이 된 이씨는 유서에 “매년 다치니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나. 왜 내가 매번 다쳤다고 질책을 받아야 하나. 난 다치고 싶지도 아프고 싶지도 않은데 말이지”라고 썼다.

‘가정사’ ‘지병’ 강조하는 조교사협회

이를 두고 협회는 “조교사가 이씨에게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등의 말을 한 것은 관리감독자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가정불화와 사고로 두려움이 있던 이씨에게 동료의 걱정과 관심이 좋게 들리지 않을 수 있으나 말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 6일 사망한 마필관리사 전아무개(44)씨에 대해서도 지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7일 부검 결과 직접적 사인은 내압에 의한 뇌출혈로 잠정 밝혀졌다”며 “지병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고인이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고혈압·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위험도로 인해 약물치료를 권고받았고, 협회도 올해 1월 같은 결과를 통보받아 개별상담과 뇌심혈관질환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마필관리사노조 서울경마지부는 이씨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씨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과로사 정황을 눈여겨보고 있다.

마사회 “사망사고 유감 … 안전강화 등 규정 개선할 것”
사용자 책임에 대해선 “시설관리일 뿐 사용자 아니다” 강조


시설을 관리하는 마사회는 잇단 죽음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마사회 관계자는 “사고의 원인이나 배경을 떠나 연이은 사고 발생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난달부터 외부 전문가와 경마관계자가 참여한 협의기구를 구성해 경마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1월까지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규정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용자 책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완강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마필관리사의 사용자는 마사회가 아닌 조교사협회”라며 “마사회는 경마시설관리를 하는 역할로 마필관리사의 사용자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마필관리사의 채용과 임금논의 등은 모두 조교사협회와 마필관리사가 직접 하고 있다”며 “마사회가 시설을 운용한다는 책임을 들어 사용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경마시설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사업장 내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겠지만 사용자로서 책임은 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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